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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보..

백세시대 필수 코스, 인공관절 수술

by 비르케 2016.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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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20여 년 전부터 다리 관절에 불편함을 느끼시던 엄마가 이 더위에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하셨다. 경우에 따라 한쪽씩 하기도 한다는데, 엄마는 양쪽 관절을 한꺼번에 다 하셨다. 어찌 그런 과감한 시도를 했냐는 내 물음에, 엄마는 요새 추세가 다 그렇다 한다. 굳이 연로하신 노인분들이 아니라면 한꺼번에 하는 게 오히려 고통의 시간도 줄이고, 수술의 번거로움도 한 번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생에 거의 한번뿐인 인공관절 수술인데, 그 끔찍한 순간을 두 번 안 맞아도 되니 그것만으로도 더 좋다고 하신다. 수술 중에 정신이 돌아왔는데, 마취 때문에 무릎 언저리에서 뭘 어떻게 하는지는 감각이 없었지만, 망치로 돌을 깨는 듯 한 소리가 너무도 끔찍했다 덧붙이셨다. 

 

내 주위에 수술을 받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수술실에서의 적막감에 대해 이야기 했다. 세련된 인테리어로 한껏 치장한 병원도 수술실만큼은 어디 창고에 감금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소름끼친다는 것이 그들의 말이었다. 그런데, 수술 중간에 정신까지 돌아오면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안타까웠다.

 

 

엄마가 계신 병원에 입원한 사람들의 대다수는 관절 수술을 받으러 온 사람들이다. 엄마처럼 대부분 양쪽 관절을 한꺼번에 수술하고, 한 달이라는 입원 기간 동안 함께 지내다보니 환자들간에 다른 병원과는 다른 친밀함이 맴돌았다. 커피를 타다 가져다주고, 수다를 떨고, 문병 온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다반사다. 50대부터 8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병원이 아니라 어디 놀러온 사람들처럼 여유로움이 흘렀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노년의 필수 코스라니, 이것이 백세 시대를 사는 모습 중 하나란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내게도 관절에 무리 가는 일은 절대 하지 말라 신신당부 하신다. 생각해보면, 장을 보고 어마어마한 짐을 머리에 이고 돌아오시던 엄마였다. 그뿐인가, 지금처럼 청소기나 밀대로 미는 청소가 아니라, 무릎을 구부린 채 주저앉아 온 방을 돌아다니며 걸레로 바닥을 닦던 엄마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 엄마의 무릎에서 들려오던 뽀각뽀각하는 소리가 신기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나도 이제 내 몸 아껴가며 살란다!" 하시는 엄마에게, "뭔 대수술 받은 사람처럼 왜 그래?"하는 무심함을 던져드리고 온 딸이지만, 엄마의 옛 모습을 떠올리니 이제라도 엄마가 엄마 몸 아껴가며 사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 나이, 예순 일곱이다. 원래 엄마는 동네 멋쟁이, 동네 대장이셨다. 비싼 옷도 과감하게 사 입고 남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시는 성격이라, 나와는 너무도 다른 엄마의 모습에 타박하는 일도 잦았었는데, 그러고 보면 언젠가부터 엄마의 모습도 바뀌었다. 주로 점퍼에 운동화 차림... 엄마의 나이 듦과 늙음을 병원에 누워 계시는 모습을 보며 다시 한 번 느끼고 돌아온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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