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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글..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시대의 흐름에 대응하라

by 비르케 2016.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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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변화를 적극 수용하지 못 하고 현실에 안주하다 몰락한 예를 들 때, 흔히 독일 필름 회사 '아그파'를 거론한다. 100년 이상의 화려한 역사를 지닌 카메라 필름 회사 아그파가 졸지에 문을 닫은 이유는, 시장이 점차 디지털화 되어 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세계 3대 필름회사 중 하나였던 '코닥'도 마찬가지 이유로 몰락의 길을 갔고, 오로지 후지필름만이 일찌감치 사업 다각화를 통해 고전을 면했다.   

 

최근 어느 광고인과 만나게 된 일이 있었다. 그는 수많은 아이피 주소를 가지고 있으면서, 영업용 블로그를 키운 후, 블로그당 얼마의 돈을 받고 블로그 파는 일을 주업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포털사이트 N사의 방침이 바뀌면서 더 이상 블로그를 파는 일이 불가능해졌다고 한다. 이때까지 키워온 수많은 블로그가 사장 위기에 직면했고, 같은 일을 하는 사람끼리 '서이추'도 그다지 의미 없는 일이 되어버려 결국 회사는 문을 닫을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그를 포함한 몇몇 광고인들이 살아남기 전략을 세웠다. 그 전략이야 포스트에 공개할 만한 게 아니라 건너뛰지만, 회사를 살리기 위한 몸부림은 가히 눈물이 날 정도였다.

 

 

전 세계 CEO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책 중 하나가 바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이다. 이 책은 우리를 향해 정면으로 달려드는 새로운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소설은 고등학교 동창생들의 모임에서 친구들끼리 서로 주고받는 대화 속에, 또 하나의 다른 스토리가 들어 있는 액자소설이다. 동창회에서 마이클이 다른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방식의 '이야기 속 이야기'의 내용은 이렇다.

 

옛날 아주 먼 옛날, 어느 곳에 '스니프', '스커리'라는 생쥐 두 마리와, 그 생쥐만큼이나 작은 '헴'과 '허'라는 이름의 꼬마인간 두 명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매일 치즈를 찾아 미로를 열심히 뛰어다닌다. 스니프와 스커리는 본능에 의지해 치즈를 찾는 반면, 헴과 허는 그래도 '인간'이기에 각자의 소신과 경험을 바탕으로 치즈를 찾는다.

 

그들 넷은 'C'라는 이름의 치즈창고를 찾게 된다. 평생 먹어도 남을 만한 어마어마한 치즈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이에, 헴과 허는 거처까지 치즈창고 가까이로 옮기고, 안락한 삶을 위해 집에 글과 치즈그림으로 장식도 한다. 처음 치즈창고를 찾았을 때와 달리, 시간이 갈수록 느즈막이 일어나 어슬렁거리며 창고까지 천천히 걷는 여유도 가지게 되었다. 꼬마인간들은 치즈가 자기들 꺼라 여겼고, 영원히 그 곳에 있을 거라 믿는다. 반면에, 스니프와 스커리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날마다 일찌감치 치즈창고로 달려가 치즈의 상태부터 파악한다.

 

그러던 어느 날,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그 많던 치즈가 사라진 것이다. 스니프와 스커리는 놀라지 않고 새로운 치즈를 찾아 나선다. 그들은 날마다 치즈의 상태와 재고를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날이 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꼬마인간들은 그제야 "누가 치즈를 가져갔을까?" 하는 반응이다. 치즈는 이들에게 있어 그저 연명의 수단만이 아닌 '행복'의 수단이기도 했으니 충격이 더 컸다. 눈 앞의 변화에 대해 해결 방법을 찾기보다는, 누군가 치즈를 가져갔고, 자신들은 선의의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치즈를 찾아 바로 나선 생쥐들과 달리, 꼬마인간들은 한참이나 고민한다. 허는 충격으로 할 말을 잃었지만, 이내 치즈를 찾아 떠나자고 말을 꺼낸다. 그러나 헴의 뜻은 달랐다. 미로를 찾아 헤매다가 고통을 당하느니 차라리 누군가 치즈를 돌려주러 올 때까지 기다리겠노라 한다.

 

이야기 속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어느 날 갑자기 이제까지와 다른 삶이 나를 찾아오기 보다, 그 변화는 오래전부터 서서히 진행중이었던 경우가 더 많다. 꼬마인간 헴의 모습처럼, 무사안일에 빠진 채 변화에 대해 방관하고 두려워하기 보다, 현실을 인정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나서는 '허'의 모습이 이 시대 지도자상으로 적절해서 CEO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 같다.

 

허는 두려움을 떨쳐내고 치즈를 찾아나서는 모습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 발견한 N창고만큼은 예전 C창고에서처럼 안일하게 있다가 예상치 못한 습격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상태를 잘 점검하고 변화의 조짐도 살핀다. 그의 모습이 더 빛나는 이유는, 낯선 길에서 자신처럼 두려움에 떨 친구 '헴'을 위해 지나는 길마다 벽에다 자신이 깨달은 점을 메모로 남겼다는 점에서다.

 

동창회에 참석했다가 마이클로 부터 이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각자가 느낀 바가 있어 다음 모임에서 서로의 그 느낌을 공유한다. 어느 정도 행세깨나 해야만 나갈 엄두를 내기 마련인 동창회라 그런가, 주로 사업을 하는 친구들의 사연이 많이 등장한다. 대부분 '헴'처럼 치즈가 영원할 거라 여겨 안일주의에 빠지거나 하나의 치즈에만 몰두하다 밀려난 경우이다.

 

상점 옆으로 초대형 할인매장이 들어서고 나서야 현실을 직시하게 된 네이단, 백과사전을 하나의 CD에 담아 팔면 어떨까 하는 어느 직원의 의견을 묵살하고, 이제껏 해왔던 대로 성과급 위주의 급여 체계를 고수하다가 결국 경쟁 출판사들에 의해 CD가 현실화 되면서 어려움에 빠진 제시카의 이야기가 '헴'의 모습을 잘 대변한다.

 

그렇다면 일찌감치 치즈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새로운 치즈를 찾아나선 스니프와 스커리는 왜 거론의 대상에서 제외되었을까. 여기서 '스니프'는 '킁킁'거리는 의성어에서 이름을 따왔고, 스커리는 '종종거림'을 나타내는 의태어에서 그 이름을 가져왔다니, 이쯤 되면 왜 이들이 CEO감에서는 제외되었는지 알 법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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