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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보..

운전자 중심의 신호체계, 과연 괜찮은 걸까?

by 비르케 2016.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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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자주 보게 되는 신호 체계가 있다. '직진신호시 좌회전 가능' 표지이다. 이 표시를 처음 보았을 때는 조금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히 신호등에 좌회전 가능을 의미하는 초록 화살표 신호가 있는데, 굳이 비보호 표지판을 붙여놓은 이유가 뭘까 궁금했다. '직진신호시 좌회전 가능'이라고 되어있긴 하지만, 운전을 오래 해온 사람 입장에서는 그게 또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이제까지 '비보호 좌회전'이라는 건, 일단 신호등 안에 초록색 좌회전 표시가 없다는 전제하에, 첫째, 초록색 직진 신호가 떨어진 경우, 둘째, 맞은편에 직진하는 차가 없을 경우에 적용되었었다. 그래서 간단하게 생각해, 불 네개 짜리 신호등이 없을 때 임시로 달아놓은 걸 떼지 않은 거라 결론지었다. 한창 공사 중인 신도시니 그런 일 정도야 있지 않을까 하면서.

 

그런데, 직진 신호가 떨어지자 뒤차들이 난리를 치는 것이었다. 차츰 그것이 나를 향한 싸인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덩달아 이런 신호 체계가 새로 생긴 것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동탄신도시에는 이런 표지판이 걸린 도로가 참 많다.  사진 상에도 두 군데나 연달아 '직진 신호시 좌회전 가능' 표지판이 달려 있다. 예전 같으면 좌회전 신호가 먼저 떨어졌었는데, 언젠가부터 직진 신호가 먼저 들어오는 걸로 신호체계가 대부분 바뀌었으니, 그 불만을 달래주기 위함인가.

 

그런데, 이 신호, 참 위험하다. 어쨌거나 비보호 좌회전이다 보니 맞은편 직진 차량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직진 신호가 켜지자마자 좌회전하려고 들이대는 막무가내 운전자들이 생각보다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앞에 직진 신호가 들어온 경우, 대부분은 좌측 횡단보도에도 보행자를 위한 초록불이 들어온다. 생각 없이 좌회전 했다가는 직진 차와 부딪치거나 아니면 보행자와 부딪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늦은 밤이나 새벽, 비가 오는 날이면 자칫 보행자를 보지 못할 경우도 있을 것 같아 참 불안해 보인다. 

 

길 위에서 조금만 더 느긋해도 좋을 것 같다. 들이대고 빵빵거리고 갈 길을 서두르는 운전자들을 굳이 배려해,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라고 이런 신호를 만들기보다, 요즘 같은 바쁜 세상에 길에서나마 잠깐이라도 쉬어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을 하기에 좋은 타이밍, 이른바 '삼상(三上)'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침상(자기 전), 측상(측간, 즉 화장실에 있을 때)에다, 나머지 하나가 바로 마상(말 위에 있을 때), 지금으로 말하자면, 대중교통이나 자동차로 이동 중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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