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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유독 그리워지는 맛, 빵에 끼운 프랑크푸르터

by 비르케 2016.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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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음식은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내놓을 만한 게 그다지 없다. 그렇지만 소시지와 빵 한 조각, 맥주 한 잔만으로도 그 어떤 값진 음식보다 더 즐거운 한 끼 식사를 할 수가 있다. 거기에, 'Sauerkraut (자우어크라우트 :양배추를 얇게 썰어 피클 담는 방식으로 만든, 우리에게 김치같은 독일 음식)' 까지 곁들이면 정말로 금상첨화다. 

 

독일에서는 소시지를 'Wurst(부어스트/부르스트)'라 부른다. Wurst는 고기의 성분이나 만든 모양에 따라 여러 종류로 분류된다. 그중에 다른 나라에까지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이 '프랑크푸르터(프랑크소시지)'다. 따뜻하게 구워진 프랑크푸르터를 맥주와 함께 먹는 것도 즐거움이지만, 브뢰첸(겉껍질이 단단하고 속은 부드러운 게 특징인 작은 빵)에 끼워 겨자를 발라 먹는 그 맛은 결코 잊을 수가 없다. 고기는 거의 입에 대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브뢰첸과 함께 라면 결코 거슬리지 않는 맛, 안 먹어보고는 상상할 수 없는 맛, 먹어본 사람은 군침이 안 돌 수 없는 맛이다.  

 

브뢰첸에 길다란 프랑크푸르터를 반으로 접어 끼워서 겨자를 바른 다음 한 입 베어문다. 소시지 겉껍질이 톡톡 터지면서 속에 있던 따뜻하고 고소한 육즙이 입안에서 향기롭게 퍼진다. 여기에 맥주 한 잔... 말이 필요 없다. 그러고보니 이날 마신 맥주도 프랑켄 지방의 맥주다. ^^

 

17세기 이후 신대륙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서유럽인들, 그들 속에는 독일인들도 많았다. 구교와 신교간 오랜 종교 전쟁에 지친 그들이 신대륙에 들어오면서 프랑크푸르터도 따라 들어왔다. 그러다가 남북전쟁때 빵에 끼워 편리하게 먹을 수 있게 되면서 미국내에서 인기를 끌게 되었다 한다. 그러던 것이 또 어느 순간 미국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인 핫도그로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음식에 '도그(dog)'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아직 그에 대한 논란은 많지만, 대체적으로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실제로 소시지에 개고기가 들어갔던 때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의견, 또 다른 하나는, 빵에 들어가는 소시지의 형태가 독일의 닥스훈트(다리가 짧아 마치 소시지처럼 생긴 몸통을 가진 개)를 닮아 '닥스훈트 소시지'로 불리다가, 어느 만화가가 처음 핫도그라는 명칭을 쓴 것을 계기로 이 단어가 보편화 되었다는 의견이다. 그 만화가는 '닥스훈트'의 스펠링을 제대로 몰라서 '닥스훈트'의 '훈트(Hund: 독일어로 '개')'만 떠올려 '핫도그'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한다. 그러나 '핫도그'의 명칭에 관한 정확한 기원은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다.

 

독일에 있으면서 한국 음식을 간절히 그리워 했듯이, 지금은 반대로 독일 음식들이 문득문득 생각나곤 한다. 프랑크푸르터는 우리나라 대형마트에서도 간혹 유리병에 든 걸 찾아볼 수 있다. 프랑크푸르터를 사서 구운 후, 빵에 끼워 겨자를 발라 먹지만, 그때 그 맛이 안 나는 이유는 뭘까? 겉껍질은 입술 언저리를 긁어놓을 정도로 딱딱하면서도 바삭하고, 속은 솜처럼 부드러운 독일식 빵이 아니라서 일까? 겨자 맛이 다른 걸까? 아니면 프랑크푸르터가 유리병에 담긴 것이라서 맛이 좀 떨어지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때처럼 배가 고프지 않아서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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