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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철, 입시 한파는 없다지만...

by 비르케 2016.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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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외고, 국제고, 자사고 원서접수 마감일이었다. 그리고 내일은 드디어 수능일이다. 올해는 다행이도 입시 한파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수험생과 그 가족들의 마음은 바람 부는 벌판에 홀로 서 있는 느낌이 아닐까 생각된다.

 

나는 학력고사 세대이다. 학력고사 날 모든 게 판가름되었다. 고교 3년 동안 죽어라 고생하며 공부한 이유는, 원하는 학교에 원서를 쓸 수 있는 바탕을 만들기 위함이었지, 정작 대입은 그날 하루의 시험으로 당락이 결정되었던 것이다.

 

학력고사를 치르던 날, 그때는 12월에 대입 시험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갑작스레 눈이 수북이 내려 있었고, 길바닥은 꽁꽁 얼어붙어 온통 빙판투성이었다. 이른바 '입시 한파'였다.

 

부랴부랴 준비물을 챙기고, 핫팩 챙기는 일도 잊지 않았다. 그때 당시 핫팩은 뭐라 불렀는지, '주머니 난로'라 불렀던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핫팩이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던 때였는데, 그 핫팩 하나 때문에 그날 시험에 합격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요긴하게 잘 썼던 기억이 난다.

 

그 아침, 택시를 잡아준 엄마는 택시비를 깜박했고, 나는 시험장으로 향하다 응원 나온 사람들 앞에서 보기 좋게 미끄러졌다. 생각해보니 며칠 전 미역국도 먹었다. 그러나 예감이란 걸 철저하게 무시하기로 했다. 

 

당시 학력고사는 각 대학에서 치러졌다. 강의실은 지금처럼 난방이 되는 게 아니었기에 몹시 추웠다. 오후 4시 무렵까지 시험을 봤던 것 같다. 뭔가 커다란 결과물을 위해 온종일 애를 쓰고 나니, 처음으로 내가 홀로서기를 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또 어쩐지 하루만에 훌쩍 어른이 된 것 같기도 했다.

 

 

현실로 돌아와, 나는 내년에 고3, 중3이 되는 아이들의 엄마다. 부담이 참 크다. 지금의 입시는 나 때와 정말 다르다.

 

일단 대입은, 수시 6번과 정시까지, 원서 접수 기회가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이다. 그러나 이미 정시는 30% 정도의 비중으로 내려앉았고, 내년 2018년 입시부터는 그마저도 10%대를 향해 간다. 즉 2018년 입시부터는 본격적인 수시 체제에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시험 한 번 잘 보는 걸로 학교 들어가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수시는 고교 3년간 학습을 비롯한 모든 활동이 입시와 결부된다. 그러므로 학생이 다니는 학교가 수시 체제를 갖추었는지의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우수한 학생이 입학한들, 학교가 수시 체제를 제대로 갖추지 못 했다면 대입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고등학교를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대입이 유리하고 불리해진다. 그런 이유로 고입이 중요해진 것이다. 

 

오죽하면 '중2병' 운운할 정도로 철없는 시기지만, 중학생들도 고입을 위해 전 과목 'All A'는 기본으로 가져가야 고입 관문에서 당황하지 않는다. 얼마 전부터 절대평가로 바뀐 결과, 이제 1등 2등보다는 'All A'인가 아닌가가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일단 1학년~3학년 전 과목이 A(90점 이상, 예체능은 다름)를 맞아야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갈 수 있으니, 아직은 어린 아이들에게 참 가혹한 일이다. 중3이 되어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하려 해도 이미 늦고마는 일이기에 참 안쓰럽기까지 하다.  

 

달리 입시 한파가 아니다. 이때가 되면 결실을 맺기 위해 그간 잘 준비했든 안 했든 일단 줄을 서야 하고, 일방적으로 서열이 정해지고, 당락이 결정된다. 내가 학력고사를 보던 그날처럼, 내일 수능을 치르게 될 아이들도 난생 처음 홀로서기를 시작해야 할 것만 같은, 그런 쓸쓸함을 맛보는 날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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