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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보..

경제를 알아야 잘 산다

by 비르케 2018.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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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나는 기본적으로 변화 있는 삶을 좋아한다. 모르는 곳에 가서 새로 시작하기, 모르던 일에 대해 배우기, 모르는 분야의 사람들과 이야기하기 등 낯선 환경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즐기는 편이다. 그러나 낯선 환경을 찾는 데는 어느 정도의 지식과 결단력이 항상 요구되곤 한다.

 

삶의 터전도 여러 번 바뀌었다. 그때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지만, 의도적으로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된 경우도 많다. 그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재테크와 연관된다. 몇 년 전 개인적인 일로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돈 이라는 것에 대해 새로 배우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그래서 지금의 내게 돈을 관리하고 불려나가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어렸을 때부터 돈 또는 경제에 대한 개념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 나의 부모님은 남들 땅 사고 아파트 사던 그 시절에, 그냥 전세를 전전하는 삶을 택하셨다. 당시에 금리가 꽤 셌을 텐데도 대출을 당겨 전세금을 마련하셨다. 그리고는 무리해서 대출을 받으면 어찌됐든 살면서 그 돈을 갚게 되고, 그것이 저축의 길이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무리하게 빚을 내 오래도록 갚을 생각을 하기보다 차라리 대출을 안 쓰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아니면 그 돈에도 살 수 있는 집은 넘쳤으니 좀 허름하더라도 그런 집을 샀어야 했다. 우리집이 있던 동네는 당시에 꽤 잘나가던 동네였는데, 한동네에 오래 산 사람들은 느끼겠지만, 옆집 누구네는 어디로 이사가고, 이번에 집을 사고... 아마도 그런 말들이 무리한 대출을 끌어와서라도 더 괜찮은 집에 살고 싶은 욕망을 품게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들 넓혀 가니 전세일망정 좀더 괜찮은데로 가고 싶었던..

 

적은 액수라도 부모님께 용돈이란 걸 받은 기억은 일 년도 채 못 된다. 그나마 용돈을 주면 내가 아껴 쓰겠다 부모님 앞에서 다짐에 또 다짐을 해서 몇 달 받다가, 다시 안 주기에 더 이상 말을 꺼내기 싫어 그만둔 게 다다. 당시의 나를 떠올려 보면, 변변한 지갑 하나 없이 주머니에 꼬깃꼬깃한 지폐를 넣고 다니다가, 있으면 쓰고, 없으면 40분 거리도 그냥 걸어서 오고.. 그러면서도 아무렇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는 성격이 참 무던했다.

 

그때의 나는 돈에 욕심이 없다기 보다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그나마 대학 다니면서는 아르바이트를 계속해 통장 잔고에 얼마간의 여유는 항상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기본적으로 검소함은 갖추고 있어서 내 통장의 잔고는 좀처럼 이유 없이 비지 않았지만 평소 내가 쓸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일에는 그래도 지출을 했다. 그 또래 여자들이 좋아하는 치장에 쓸 여유까진 없어도 컴퓨터 마련이나 꼭 필요한 학원 수강 등, 집에서 대줄 수 없는 비용에 주로 내 돈을 썼다.

 

아마도 개인적인 사건, 돈이라는 게 뭔지를 배우게 된 그 사건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도 그냥 태생대로 검소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알아야 할 일이라면 그래도 일찍 경험한 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이제 나의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고 나니 애들에게도 이쯤해서 돈에 대한 생각을 가르쳐야 겠단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말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백 번 아끼라고 해도 아무 개념 없이 쓰는 요새 애들에게 먹힐 리 없다. 검소한 사람보다 잘나가는 사람을 부러워 할 시기라 더욱 그렇다.

 

그런 아이들에게 가끔씩이나마  돈이 뭔가를 알려주기 위해서는 그 전에 내 스스로 중무장이 필요함을 절감한다. 그런 이유로 오늘도 난 경제 관련 서적에 몰두한다. 당장 이야기 할 거리는 부실하지만, 아마도 서서히 정리할 날도 있을 거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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