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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벼라, 빈곤

by 비르케 2018.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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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벼라, 빈곤>은 2010년에 발간된 유아사 마코토의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빈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이야기 한다. 빈곤은 단순히 개인의 게으름에서 빚어진 결과가 아니라, 아무리 발버둥 쳐도 빈곤으로부터 헤어나올 수 없게 되어 있는 사회적 구조에도 그 책임이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을 '의자 뺏기 게임'에 비유한다. 사람은 열 명인데 의자는 여덟 개인 경우, 두 명은 아무리 기를 써도 의자에 앉을 수 없다. 이와 같은 사회 구조가 빈곤을 야기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여기서의 빈곤은 가난과 개념이 조금 다르다. 빈곤은 가난보다 좀 더 포괄적이다. 아무리 좋은 동네에 똑같은 아파트, 똑같은 평수에 산다고 한들 모두의 삶이 한결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상대적 빈곤은 이런 상황 속에 존재한다. 멀쩡하게 회사를 다니는 것처럼 보여도 누군가는 정규직이고 또 누군가는 비정규직이다. 설령 똑같이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고 가정했을 때 누군가는 사회적 안전망 속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곧바로 '구멍 뚫린 미끄럼틀'을 타고 바닥으로 추락하고 만다. 그로 인해 발생한 빈곤을 결코 개인의 능력 탓이라고 치부해버리기는 쉽지 않다.

 

일본과 끔찍하리 만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도 이러한 논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분명히 있다. 입시 내지는 취업을 향한 극심한 경쟁구도 속에서, 또는 불안정한 고용시장 내에서, 죽어라 노력을 한다고 낙오하지 말란 법은 없다. 언제라도 누구에게라도 찾아들 수 있는 것이 '빈곤'의 상황인 것이다.

 

사회가 언제까지나 멀쩡히 돌아가고, 사람이 늙거나 병들지 않는다면 갑작스런 빈곤이 크게 두렵지만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생각지도 않던 퇴직, 갑작스런 병마로 인한 어려움, 사업 실패, 더 나아가서는 IMF 사태처럼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빈곤의 빌미를 제공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한 사회의 '스트라이크 존'이 좁혀지면, 이제까지 스트라이크였던 공도 더 이상 스트라이크가 아니라 '볼'이 되어버리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리하여 사회 말단부터 붕괴되는 현상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의 안전망이 없다면 개인은 언제라도 무방비 상태로 빈곤의 상황에 놓일 수 있음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국가는 이러한 사회적 안전망 확충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고, 개인도 자신에게 발생할 수도 있을 상황들에 미리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저자 유아사 마코토는 도쿄대학교 법대 박사 과정 재학 중에 반(反)빈곤 운동을 펼치면서 본격적으로 반빈곤 활동가로 활약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그는 빈곤에 대한 구체적인 대처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빈곤의 근본적인 원인을 사회적 구조에서 찾기 시작했고, 갑작스런 위기에 대처하기 어려운 미끄럼틀 사회의 문제점을 제시했으며, 사회의 구체적인 안전망 확보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빈곤에 대한 해법은 개인과 사회가 앞으로도 계속 찾아가야 한다. 국가나 개인 한쪽만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불안정한 시기에 진입하면 사회든 개인이든 발상의 전환은 필수처럼 보인다. 이제까지 살던 방식과 다르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일, 생각의 전환이 없이는 어느 순간 빈곤의 상황에서 더 빨리 바닥으로 추락하는 지름길에 들어설 수 있음을 결코 잊어선 안 될 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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