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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여행.. 산책..

뷔르츠부르크, 뢴트겐의 도시

by 비르케 2018.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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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기사 한 편에 뢴트겐의 이야기가 실렸다. 방사선의 존재가 아직 알려지지 않았던 19세기 말, 뷔르츠부르크 대학의 교수로 있던 빌헬름 뢴트겐(Wilhelm Konrad Röntgen : 1845~1923)에 의해 X선이 발견되었다. 암실에서 실험을 하던 중에 우연히 발견된 것이다. 그 후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선은 그에 의해 'X선'으로 명명되었다. 뢴트겐에 의해 발견되었기 때문에 '뢴트겐선'이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가 교수로 있었던 뷔르츠부르크는 내가 젊은 날 두 번째로 택했던 독일 도시이기도 하다. 뷔르츠부르크 중앙역을 나오면 정면에 보이는 큰 길이 '뢴트겐로(Röntgenring)' 다.  도로 이름에서 뢴트겐을 사랑하는 뷔르츠부르크 사람들의 마음을 읽게 된다그 옆쪽으로 뢴트겐 기념관 (Röntgen-Gedächtnisstätte)도 있고, 뢴트겐로 일대는 뷔르츠부르크 대학 중에서도 의대나 심리학쪽 분야 등이 자리한 캠퍼스다. 

 

 

 

뷔르츠부르크는 대학도시다. 즉, 대학을 설립하고 이를 근간으로 도시가 형성된 것이다. 그래서 도시 곳곳에 대학 건물이 흩어져 있다. 렌트겐로 인근의 의대나 심리학 계열 캠퍼스 말고, 인문 자연계열은 여기서도 한참 떨어진 '훕란트(Am Hubland)에, 음대도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뷔르츠부르크 대학의 정식 명칭은 '율리우스 막시밀리안스 우니베르지태트 뷔르츠부르크(Julius-Maximilians-Universität Würzburg)', 이름이 많이 길다. 독일 내에서는 '우니 뷔르츠부르크'로 통한다.

 

독일대학은 우리처럼 서열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지역적으로 어떤 학과, 어떤 교수가 유명하기도 하지만, 그뿐, 대학들끼리 어디가 세고 어디가 낮고는 없다고 본다. 한 학교에서 공부를 하던 중에도 교수가 맘에 안 들거나 다른 대학의 교수에게 수업을 듣고 싶다면 언제라도 원하는 대학으로 옮길 수 있다.

 

지명 표기도 재미있다. 독일에선 '뷔어츠부어크', 내지는 '뷔어츠부억'으로 발음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뷔르츠부르크'라는 이름으로 정식 표기된다. 또한 국내에서는 독일의 다른 도시들보다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의외로 오래 전부터 일본인들에게 사랑을 받아 '낭만가도(로만티쉐 슈트라쎄 : Romantische Strasse)'의 첫 도시로서 공공연하게 명성을 떨치고 있는 도시가 뷔르츠부르크다. 그래도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독일 관광 루트 중 하나로 꽤 알려지기 시작했다. 

 

오래 전 그날, 두번째 독일 행을 택하면서 나는 최종 목적지를 뷔르츠부르크로 정했다. 가난한 유학생 신분으로 살기 위해 선택의 기준은 1순위가 생활비였다. 뷔르츠부르크는 독일인들이 노년에 살고 싶은 곳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도시라, 전반적인 물가가 쌀 리 없을 것 같았지만, 당시에 학생으로서 들어가기 편리한 기숙사들이 꽤 있었고, 저렴한 집들이 주변에 많아서, 또 아르바이트 자리도 많아서(지금은 오히려 일자리가 줆) 선택하게 되었다. 그러나 의외로 뷔르츠부르크에 살면서 그 도시의 물가가 특별히 비싸다고 느낀 적도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세월이 흘러서 내 기억력에 한계가 오기 전에 독일 생활을 정리하고 싶었는데, 프라이부르크 편을 얼기설기 정리한 이후, 두 번째 도시 뷔르츠부르크부터는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언제 정리하게 될지, 벌써 가물가물한 기억들도 있다. 오래된 이야기를 애써 꺼내 이야기하기 위함이 아니라, 오래된 기억의 단편이라도 붙들고 싶은 마음에 머지 않아 정리를 하긴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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