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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아들이 아끼던 픽시를 팔고

by 비르케 2018.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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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중학생이던 유노가 아끼던 픽시 자전거를 며칠 전 지역 카페에 싸게 팔았다. 구입할 당시, 오랫동안 모은 용돈을 탈탈 털고도 부족해, 용돈 가불에, 지원까지 받아 거금을 들여 마련했던 자전거였다.

 

그 즈음 새로 등장한 픽시는 학생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힘이 펄쩍펄쩍 남아돌아 주체를 하지 못 하던 사춘기 아이는 픽시를 갖게 되니 그때부터 자전거 하나로 온갖 짓(?)를 다 했다. 픽시로 온 도시를 누비는 것은 물론, 오르막 같은 곳에서는 한쪽 어깨에 자전거를 메고 뛰어다니기까지 했다.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어디가 아프니, 근육이 땅기니 낑낑거리면서도 또 다시 픽시 사랑에 빠지곤 했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아프고 싶어 안달을 하는 청춘을 말릴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사실 픽시는 일반 자전거와 달리 브레이크가 없다시피 한 위험한 자전거라 오랫동안 반대를 했었는데,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녀석이 사정을 하니 끝내는 백기를 든 것이었다. 물론 픽시가 위험한 자전거라는 점을 누누이 설명했고, 유노도 걱정하지 말라고, 조심해서 타겠노라 약속을 한 바 있었다.

 

 

첫 번째 사진은 자전거 안장에 앉은 채 중심을 잡고 서서 버티는 모습이다. 쉬울 것 같지만 생각보다 어렵다고 한다. 처음 탔을 때 이야기니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두 번째 사진은 달리는 자전거에서 핸들만 잡고 서서 한 발 들기 하는 모습이다. 이건 확실히 난이도가 있어 보인다. 사실 픽시로 이런 짓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이미 사준 후에 이런 묘기들을 부리지 말라고 한들 들을 리 없고, 결국은 조심하라고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자전거를 가지고 나가는 유노를 한동안 따라다녔다. 그때 유노 몰래 이런 모습도 틈 나는 대로 사진으로 담아두었다.

 

그게 2년 전의 일이다. 2년 전 그리도 아끼던 자전거였는데, 작년에는 잠시 집을 옮기느라 창고에만 두었고, 올해는 그나마 맨 오른쪽 사진처럼 아파트 공용공간인 EPS실에 잠시 보관했다가 중고물품 거래로 다른 집에 보내게 되었다.

 

유노는 지금 고등학교에 진학해 기숙사에 있다. 집에 한 달에 한 번 다녀가니 픽시를 타고 돌아다닐 시간도 없다. 2년 전 그리도 아끼던 자전거는 딱 그때만 타고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빛도 없는 곳에 있다가 그렇게 다른 아이에게로 가게 되었다. 아이는 흡족한 미소로 픽시를 바라보았다. 자전거도 유행이 있으니 새 걸로 사주긴 그렇다며, 함께 온 아이의 부모님도 만족해하는 것 같았다. 픽시를 가져가는 아이의 등을 두드리며 나는 그 아이에게 부탁했다.

"픽시는 위험한 자전거야. 조심해서 타야 해."

 

유노가 타던 자전거라, 가는 모습이 내내 눈에 밟혀 아른거렸다. 나중에 소식을 들은 유노는 너무 싸게 팔아서 엄마 속상하겠다고 한다. 사실 EPS실에 계속 둘 수도 없고, 결정했을 때 얼른 팔아버리려고 1/3 가격에 올렸었는데, 거기서 더 깎아달라 하니 아이를 봐서 더 깎아주었었다. 우리 아이가 아끼던 자전거, 누군가 다시 아껴서 타주면 그걸로 됐다. 유노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니가 타던 거라 비싸게 팔 수 없었어."

"헐~" 유노의 외마디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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