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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보..

병역판정검사장에 다녀오다

by 비르케 2018.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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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이런 곳은 또 처음이다. 병역판정검사장, 병역을 앞둔 청년들이 신체검사를 받고 군 입대 여부를 판정받는 곳이다. 반년 전, 갓 수능을 마치고 어쩌면 입시 지옥으로부터의 탈출을 맘껏 자축했을 큰 녀석 세오에게 편지 한 통이 기다리고 있었다. 병역판정검사 안내문이었다. 선뜻 내키지 않는지 어영부영 미루다 결국 말더니, 그새 또 대학에서 한 학기를 마치고 집에 와서는, 장엄하게 병무청 사이트에 들어가 신검 날짜부터 예약했다. 

 

손을 잡고 초등학교 입학을 했던 게 어제 같은데 벌써... 문득 아쉬움이 밀려왔다. 검사장 앞에서 내려주고 손 한 번 흔들어주고는 차를 돌렸다. 나오려다 왠지 서운해서 사진이나 몇 장 담으려고 유리창을 내렸다. 녀석은 벌써 들어가고 없다. 걷는 속도만 봐도 현역감이 틀림없다.

 

프레임에 담긴 피사체 속에 '병역판정검사장'이라는 글자가 참 삭막하기 짝이 없다. 한창 때의, 아직은 꿈 많은 파릇한 청년들을 신체 등급으로 1등급부터 7등급까지 분류하는 곳이니 어찌 그런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있을까. 의지와 상관 없이 신체를 저울질 당하는 기분만으로도 그리 유쾌하진 않을 것이다. 

 

 

병무청 본관 앞에는 "모집병 면접장"을 알리는 작은 입간판이 서 있다. 면접장을 알리는 화살표 아래로, "합격을 기원합니다" 라는 메시지도 있다. 이곳에 아들을 내려준 수많은 부모들은 다들 어떤 생각을 하며 돌아섰을까.

 

아침 8시에 시작되는 신검은 정오쯤 끝이 난다고 한다. 부모가 데려다주고 다시 데리러 오든, 데려다만 주든, 데리러만 오든, 웬만해선 아들 입영 준비에 많은 부모들이 동참하려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그 속에는 아예 네 시간 가량을 기다릴 작정인지, 벤치에 앉아 지긋하게 검사장 쪽을 바라보고 있는 어느 아버지의 모습도 보였다.

 

 

신체검사 결과는 당일 바로 나왔다. 팬티 한 장 입고 검사받는 줄 알았는데, 요새는 가운도 내준다고 한다. 신검을 마치고 나니 속이 시원한지 세오는 집에 와서 콧노래도 부르며 씽씽 지나다니는데, 나만 혼자 괜히 애잔한 마음이 든다.

 

오래 전 읽었던 소설 중에 "청춘은 아름다워라"라는 소설이 있었다. 내용은 다 잊어버렸지만, 제목만큼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아름다운 청춘이라는데, 내 아들 남의 아들 할 것 없이 어째 이리 청춘이 아름답지도 재미있어 보이지도 않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청춘이라 아름다운 걸까? 아무에게나 없는 "청춘"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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