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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시간을 거슬러

바람 부는 날 친구 생각

by 비르케 2018. 6. 30.
300x250

람이 웃는 소리 

바람이 우는 소리

 

바람에는 열두 개의 문이 있고

삼백육십다섯 개의

혹은

삼백육십여섯 개의

다른 색깔이 있어

 

그 하나하나의 문을 열고 지나면

어른이 되는 크고 아름다운 길로...

그런 사랑으로,

그런 행복으로,

그런 꿈으로...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

'쁘라삐룬' 이라는 이름을 가진 태풍이

우리나라 쪽을 향하면서 바람이 거세다.

 

휘이잉~ 소리를 내며

바람이 몰아치는 이런 날이면 나도 모르게,

 

'바람이 웃는 소리, 바람이 우는 소리...'

라는 구절을 떠올린다.

 

고등학교 때 친구가 그려준 그림에

이런 구절이 들어 있었다.

 

무슨 고민으로 힘들었던 것인지,

그런 나를 위해 친구가 메모와 함께

그림과 글을 실어 내 책갈피에 넣어두었다.

 

정성이 깃든 이 서화(?)를 받고 정말 기뻤던

그날의 느낌을 아직도 기억한다.

 

친구는 결국 미대에 입학했고

세월 따라 서서히 잊혀져 갔지만,

이 한 장의 종이는 내 공간에 그대로 남아 있다.

 

여기에 있는 글들이 친구가 쓴 것인지

다른 작가의 것을 옮긴 것인지는 나도 모른다.

심지어 그림도 다른 작가의 모작일 수 있다.

 

그러나 나를 위해 공들여 그려내고 쓴 것이라

소녀감성 충만한 이 완소 아이템이

볼수록 고맙고 또 고맙다.

 

오늘, 이렇게 바람이 매섭게 부는 날,

어김없이 또 그 친구를 그린다.

세월 가도 잊혀지지 않는 그 초롱한 눈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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