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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관중 난입, 월드컵 결승 헤프닝

by 비르케 2018.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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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치열한 각축전 결과, 프랑스와 크로아티아 결승은 4:2 프랑스의 승리로 끝났다. 이로써 프랑스는 20년 만에 다시 한 번 월드컵 우승의 영예를 걸머쥐었다. 신예 선수들의 활약으로 이번 월드컵 초반부터 프랑스의 우승을 점친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프랑스에 비해 노장들로 결속된 크로아티아 또한 이번 월드컵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뜻밖의 결승전 진출이었지만, 프랑스를 맞아 정말 잘 싸웠다. 뜻밖에도 프랑스가 아닌 크로아티아의 우승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하니, 경기를 띄엄띄엄 본 나로선 내막을 잘 알지는 못 하지만, 어쩌면 유고슬라비아 해체 이후 이어진 수많은 내전으로 오랜 세월 고전한 그들에 대한 응원과 찬사였을 것이다.

 

경기 후반전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크로아티아가 막 기습공격을 감행하던 무렵 갑자기 경기가 중단되었다. 이영표 해설위원의 표현으로 "들어오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경기장에 난입했던 것이다. 해설의원의 말에 따르면, 예전에는 이렇게 경기장에 난입한 사람들을 줌을 해서 화면에 잡곤 했는데 요새는 그런 행동을 더욱 부추길 수 있어서 일부러 더 잡지 않는다고 한다.

 

중에 확인된 바로 이들 네 명은 반 축구 관중이 아닌, 러시아의 반체제 록 그룹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푸틴 재집권 반대와 페미니즘, 성 소수자 옹호 등을 내걸고 자신들의 뜻을 알리고자 경기장에 난입했다. 일반 훌리건과는 다른 케이스였던 것이다.  

 

 

경기를 중단하고 경기장에 난입한 사람들을 끌어내는 장면이다. 경기장 뒤쪽으로 구장 바깥에 형광색 옷을 입은 안전요원들이 인간띠를 이뤄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들도 사람인지라 이렇게 빼곡하게 열을 지어 서 있어도 네 명이나 구장에 난입하도록 아무런 손을 못 썼나 보다.

 

결승전이라 어마어마한 관중이 밀집한 가운데, 후반전 심리적으로도 매우 힘든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니 선수들도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비록 지고는 있어도 선전하고 있 크로아티아 선수들의 표정이 순간 많이 어두워졌다.

 

경기장 난입은 엄밀한 처벌 대상이다. 또한 경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 한 개최국도 피파에 그 책임을 배상하는 것이 원칙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들썩이는 국제적인 경기였고, 프랑스와 크로아티아 양국의 대통령들까지 초대된 자리였다.

 

마지막 시상식을 앞둔 시점에서, 손님을 대하는 러시아의 결례는 또 한 번 이어졌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더니 점점 빗줄기가 거세지는데, 푸틴 혼자만 우산을 쓰고 있는 모습이 잡혔다. 어이없는 웃음들이 이어졌다. 남의 나라 대통령들, 수많은 축구 관계자들과 선수들이야 비를 맞든 말든, 비서가 씌워주는 우산 속에 평온한 모습으로 서 있는 푸틴의 모습에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모두가 비를 맞을 만큼 다 맞고 나니 그제야 우산들이 속속 도착했다. 십년 전 개그콘서트도 이만큼 웃겼을까. 그나마 빗물에, 진흙탕에, 금박 꽃가루 범벅이 된 선수들의 즐거운 웃음과 격려의 모습이 2018 러시아 월드컵의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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