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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여행.. 산책..

남도를 지나며..

by 비르케 2018.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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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고속도로는 지나는 길에 바다를 자주 볼 수 있어서 좋다. 이번처럼 조수석에 앉아 가게 되면 얼굴 옆으로 스쳐가는 바다의 모습을 좀 더 편히 볼 수가 있다. 사진으로라도 남겼으면 좋았으련만, 그저 그 뿐, 그냥 스쳐가는 바다를 보고만 말았다.

 

 

얼굴 옆으로 스쳐가는 바다의 경관은 담지 못 했지만, 그래도 이 사진 한 장 만큼은 건졌다. 바다가 아니라 영산강의 모습이다. 무안에서 끝나는 서해안 고속도로 대신, 이곳 영산강을 건너 남해 고속도로를 향해 나아간다.

 

오래 전 영산강 주변을 자주 다니던 때가 있었다. 이쪽은 아니고, 영산강 하구언, 영산호 쪽이었는데, 언젠가 궁금해 다음지도로 보니, 그때와는 다른 황량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아마도 길을 돌아서 갈 생각은 선뜻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남해 고속도로변으로 보이는 강진 들녘이다. 올해는 가뭄이 심한 탓에 들판의 곡식들이 제대로 자라지 못 하고 있지만, 그나마 벼는 물을 계속 대니 파릇파릇해 보인다.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올해는 뭣이든지 꼬실라져버렸다고 한다. 햇볕에 작물들이 다 타버렸다는 소리다. 흉년이다.

 

 

나무줄기가 참 우람해 보여 사진으로 담아 보았다. 구도상 사진이나 그림 가운데에 나무나 전봇대 등의 길쭉한 피사체를 담는 건 아니라지만, 이 나무는 전경을 가릴 자격이 충분하다. 그리 잘 생긴 건 아니지만, 시골 들녘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 참 듬직하다.

 

 

화순군 어디쯤인데, 배롱나무가 도로를 따라온다. 푸른 하늘에 흰 구름, 초록 벌판에 진분홍 배롱나무 꽃이 서로 잘 조화를 이룬다.

 

 

광주 방향으로 가는 길이다. 근처에 새 길이 많이 놓여서, 나처럼 오랜만에 지나는 사람에게는 이제 네비 없이 가기 힘든 길이 되었다. 옛길들의 모습이 언뜻언뜻 보이지만 그 길들도 예전 같지는 않다. 멀리로 벌써 무등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일 년에 한 두 번 가는 남도 행이지만, 갈 때마다 그래도 잘 왔다고 반기는 듯한 산천이라 좋다. 하지만 이제껏 이번 같은 가뭄은 본 적이 없는데 바짝 타들어가는 들녘을 보고온 후라 서운함도 함께 맛보았다.

 

 

"사방이 모다(모두) 다 꼬실라져부렀어야."

뒤안에서 호박 두 개와 감자 여남은 개를 챙겨오시던 어머니는, 더 못 담아주시는 아쉬움을 이 한 마디로 표하셨다. 어쩌면 정말 다 꼬실라져도 좋으련만, 마당에 널어둔 깻단이 어머니의 고단한 손길을 기다리며 따가운 햇살 아래 꼿꼿한 채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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