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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5

바람 부는 날 친구 생각 바람이 웃는 소리 바람이 우는 소리 바람에는 열두 개의 문이 있고 삼백육십다섯 개의 혹은 삼백육십여섯 개의 다른 색깔이 있어 그 하나하나의 문을 열고 지나면 어른이 되는 크고 아름다운 길로... 그런 사랑으로, 그런 행복으로, 그런 꿈으로...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 '쁘라삐룬' 이라는 이름을 가진 태풍이 우리나라 쪽을 향하면서 바람이 거세다. 휘이잉~ 소리를 내며 바람이 몰아치는 이런 날이면 나도 모르게, '바람이 웃는 소리, 바람이 우는 소리...' 라는 구절을 떠올린다. 고등학교 때 친구가 그려준 그림에 이런 구절이 들어 있었다. 무슨 고민으로 힘들었던 것인지, 그런 나를 위해 친구가 메모와 함께 그림과 글을 실어 내 책갈피에 넣어두었다. 정성이 깃든 이 서화(?)를 받고 정말 기뻤던 그날의 느낌을.. 2018. 6. 30.
우산을 두고 온 날 장마다. 연일 비가 내리다 말다, 하늘도 어두침침하고 공기도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런 날은 집에서 창을 통해 비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 더 좋을 것 같지만, 마지못해 밖으로 나와도 뜻밖에 나름 운치가 느껴진다. 창으로는 볼 수 없던 또 다른 세상과 만나고, 비가 올수록 색이 올라오는 수많은 사물들과 그 사물들에서 풍겨오는 강렬한 내음까지, 그로 인해 우중충하던 하늘은 그마저도 차츰 마음에 들어온다. 운전 중에 장대비가 한바탕 쏟아지기에 트렁크에 늘 비치되어 있는 우산을 떠올렸다. 있겠지, 있겠지 하면서 주차장에 차를 댔다. 차문을 열자마자 기다렸단 듯 나를 향해 쏟아지는 빗줄기에, 꼭 있을거야 있을거야 하며 트렁크를 열었는데, 이럴 수가... 없다. 그래도 이때까지 살면서 가방으로 머리를 가리면 그나.. 2018. 6. 29.
독일음악 Lied와 Volkslied 독일음악에 '리트(Lied/복수형 Lieder)'라는 장르가 있다. 우리가 흔히 '독일 가곡'이라 칭하는 고전음악 갈래다. 리트는 이미 여러 나라에 잘 알려져 있다. 프리츠 분더리히, 제라르 수제, 그리고 몇 년 전 사망한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등의 목소리로 슈베르트나 슈만, 베토벤 등이 작곡한 가곡을 들으면 독일어가 내뿜는 색다른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된다. 분더리히, 수제, 디스카우는 내가 듣는 버전이고, 지금은 또 세월이 흘렀으니 다른 이들의 목소리로도 천재 작곡가들의 노래는 계속 불리고 있을 것이다. 세계 곳곳에 마니아 층을 가지고 있는 '리트'와 달리, 독일 민중들이 부르는 '포크스리트(Volkslied/ 폴크스리더Volkslieder)'는 독일 내에서만, 또는 독문학도들 사이에서만 관심의 대상.. 2018. 6. 28.
형님을 생각하며 -연암 박지원 엄마가 가끔 하시는 말씀이 있다. "세월 갈수록 내 얼굴에서 울엄니 얼굴이 보여" 그때마다, "할머니랑 엄마 얼굴은 하나도 안 닮았는데." 하며 어깃장을 놓으면서도, 엄마의 모습에서 나 또한 돌아가신 할머니의 모습을 찾는다. 그러다 세월 갈수록 내 얼굴에서도 엄마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빠를 닮아 다들 쌍꺼풀이 진한 동생들과 달리 나는 태생부터가 엄마 쪽을 많이 닮았다. 엄마가 자주 하던 말을, 어쩌면 나도 언젠가 내 아이들에게 똑같이 하게 될 것만 같다. "세월 갈수록 내 얼굴에서 니네 외할머니 얼굴이 보여." 하고 던지는 말에, 내 아이들은 또 내게 어떤 말로 대답을 삼을까. 먼저 간 형을 추억하는 연암 박지원의 칠언절구다. 형 얼굴 속엔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이 있었다. 그러니 아버지가 생각날.. 2018. 6. 26.
다주택자 규제- 양도세 신고를 마치고 최근에 집을 하나 팔았다. 더 가지고 있어도 될 집이었지만, 다주택자 규제의 칼날이 누구를 겨눌지 몰라 대출 상환도 할 겸 집을 매도했다. 한시적 1가구 2주택 말고 확실한 2주택자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잉크 마른지 얼마 되지도 않아 다주택자 규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자꾸 "파시라" 권유하기에 정부가 하란 대로 아깝지만 매도를 했다. 소위 말하는 '똘똘한' 아파트까지는 아니어도 그럭저럭 괜찮은 입지라 월세 받기에는 딱 이었는데 막상 팔고 나니 서운하긴 했다. 결국 이러려고 골치 아프게 계산 맞추고 대출 빵빵하게 받아 임차인 찾고 세를 맞추고 한 건가 싶어서 속이 상했다. 하지만 맞서 싸울 대상이 아니라면 정부가 하라는 대로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어렵사리 맘을 결정하고, 양도세 일반과.. 2018.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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