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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5

뷔르츠부르크를 추억하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추억을 만들고, 동시에 무수히 많은 기억을 잊어버린다. 또는 잃어버린다. 그게 사람임에도, 어떤 이들은 다른 이들보다 과거를 덜 잊어 때로 스스로를 힘들게 하기도 한다. 그게 나다. 어릴 적에도 나는 지나간 일기장을 들추고, 지나간 기억들을 떠올리는 것이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지나간 일들을 되뇌는 것은 젊은이가 할 짓이 못 된다." 나는 소위 애늙은이.. 였던 것이다. 그렇게 세월이 흐른 지금, 그 세월과 더불어 내 기억들도 분명 퇴색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또 어디선가 예전처럼 비슷한 길과 느낌과 냄새를 되뇐다. 독일에 들어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10년 전 살던 곳을 돌아본 적이 있다. 10년 전 살던 곳에 접어들어 느낀 가장 큰 감.. 2018. 8. 17.
화려한 어느 여름 꽃에 관한 이야기 어릴적 학교 가던 길, 그 어린 눈에 살굿빛 화려한 꽃이 들어왔다. 으리으리한 부잣집의 담벼락에, 마치 벽을 타고 흘러내리듯 피어 있던 그 꽃은, 잠시 내린 비에 촉촉히 젖은 채 꽃잎 몇 장을 바닥에 떨군 채였다. 가만히 다가가 꽃을 바라보았다. 그때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당시의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것만 같은 꽃이었다. 대학에 다니던 어느 날, 길 모퉁이에서 다시 그 꽃을 보았다. 강렬하게 뇌리에 와 박혀있던 어린 시절 어느 날의 잔상을 떠올리며 여름 한 철 빙긋이 미소 지으며 그 곁을 지나 학교에 다니곤 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한참 흘러 드디어 그 꽃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능소화" 살굿빛의 소담한 꽃, 어린 나를 멈추게 했던, 대학생이던 나를 미소 짓게 했던, 그 꽃을 오늘 다시 우.. 2016. 8. 2.
할머니라는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집어든 케잌 며칠 전 마트에 갔다가 케잌을 하나 사오게 되었습니다. 빵이나 케잌을 사려던 게 아니었는데, 누군가가 집어 가져가는 걸 보고는, 나도 모르게 따라서 그것을 카트에 넣고 말았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누군가가 고른 그 케잌을 우연히 보게 되었던 것이, 봉지에 적힌 '할머니(Oma)'라는 말에 순간 정신이 팔려 나도 모르게 카트에 넣어버린 것이었습니다.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아니었는데, '할머니의 낲쿠헨(Oma's Napfkuchen: 사발 모양의 틀에 반죽을 담아 오븐에 구워낸 카스테라 종류)'이란 한 마디에 그렇게 하고 말았던 것이죠. 서양에서도 할머니는 한없이 좋은 존재인 것만 같습니다. 어쩌면 나로 하여금 이 케잌을 사게 만들었던 마트에서의 그 사람도, 나와 똑같이 '할머니'란 단어에 맘이 약해졌.. 2009. 10. 8.
기억력이 좋아 슬픈 사람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추억들을 만들고 동시에 무수히 많은 기억들을 잊어 버린다. 또는 잃어버린다. 그게 사람임에도, 어떤 사람들은 나처럼 일반적인 그 누군가 보다도 과거를 덜 잊어 때로 힘들 때가 있다. 어릴 적에도 나는 지나간 일기장을 들추고,지나간 기억들을 떠올리는 것이 참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지나간 일들을 되뇌는 것은 젊은이가 할 짓이 못 된다" 나는 소위 애늙은이... 였던 것이다. 그렇게 세월이 흐른 지금,그 세월과 더불어 내 기억들도 퇴색되어 가고는 있다지만, 그럼에도 나는 또 어디선가 예전이랑 비슷한 길과 느낌과 냄새를 되뇐다. 작년, 독일에 들어오고 나서 몇 달 후, 10년 전 내가 살던 곳 부근에 가본 적이 있다. 가장 큰 느낌은 서글픔이.. 2009. 3. 23.
은수저 아이들이 자라서 이제 쓸모가 없어진 유아용 은수저 세트를 금은방에 가지고 갔다. 실은 지난번에 한번 금은방에 다녀온 적이 있다. 금값을 따라 은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식기 서랍 안에 있던 이 물건을 떠올려 들고 나간 것인데, 생각보다 적은 가격을 부르기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겠노라 하고 집으로 그냥 돌아왔었다. 그게 바로 며칠 전인데, 오늘 다녀온 다른 금은방에서도 그때와 똑같은 가격을 부른다. 11유로 48센트... 그걸 또 반올림해서, 결국 "11유로 50센트".. 국제 시세따라 독일 금값도 많이 올랐음은 이미 뉴스에서 들은 바가 있다. 하지만 우리와 달리, 독일에서는 은의 경우 몇년간 거의 변함이 없다고 두 군데 가게에서 이구동성으로 이야기 한다. 이 은수저 세트는 큰애의 돌잔치때.. 2009.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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