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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부르크5

프라이부르크에서 만난 그녀들-3 프라이부르크에 있을 때 찍은 사진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오늘의 이 사진도 역시나 그때 사서 아직까지 가지고 있던 엽서를 스마트폰으로 찍은 것이다. 앞쪽으로 시계가 달려 있는 탑은 '슈바벤토어(Schwabentor)'이다. 이 부근이 프라이부르크 중심가다. 이곳을 부지기수로 지나다니던 날들이 어제 같은데, 참 세월이란 녀석.. 프라이부르크는 꽤 오랜 세월 오스트리아의 땅이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독일의 다른 도시들과 확실히 다른 느낌이 있다. 도시 이곳저곳에 어디서나 마실 수 있는 샘물이 솟았고, 여기저기 길 가장자리로 작은 도랑이 흘렀던 기억도 난다. 이렇듯 멋진 도시에, 딱 시골에서 상경한 것 같았을 20대의 내가 있었다. 가져온 물건이라곤 옷 몇 벌과 책들, 그 외 딱 있어야 할 .. 2016. 10. 16.
마음 속에 간직된 아름다운 호수, 티티제 독일 남서쪽에 위치한 프라이부르크는 서쪽으로는 프랑스, 남쪽으로는 스위스를 가까이 두고 있는 도시이다. 동쪽으로는 '슈바르츠발트(검은숲/흑림 Schwarzwald)'가 있다. 프라이부르크가 프랑스와 인접하다 보니, 그곳 사람들은 심심하면 프랑스 도시 '꼴마(Comar)'에 간다. 국경만 살짝 넘을 뿐인데도 정취가 상당히 달라진다고 한다. 아마도 언어가 바뀌니 그런 느낌이 더 들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무척이나 가난한 학생이었으므로 '꼴마' 정도도 한 번도 가보지 못 했다. 관련 이야기: 아날로그 시대, 겁없던 짠순이의 독일행-1 아날로그 시대, 겁없던 짠순이의 독일행-2 프라이부르크에서 만난 그녀들-1 인근에 가본 곳이라고는 그저 학생증으로 무료 이용 가능했던 구간인 '티티제(Titisee)' 뿐이었다... 2016. 10. 2.
아날로그 시대, 겁없던 짠순이의 독일행-2 세 번에 걸친 나의 독일행은, 우연찮게도 출발 날짜가 세 번 중 두 번이 10월 1일로 같았다.목적지또한 세 번 중 두 번이 같은 도시였다. 용감무쌍하게 감행하지 않았더라면 거의 불가능했을 첫 독일행, 그러나 시작부터가 순탄치 않았다. 관련 이야기: 아날로그 시대, 겁없던 짠순이의 독일행-1 다가올 어떤 일들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면 할수록, 이상하게도 막상 닥쳤을 때 의외로 술술 일이 잘 풀리곤 한다. 고민을 한다는 자체가 어쩌면 일종의 공을 쌓는 작업이 아닌가 생각된다. 처음으로 외국행 비행기를 탔던 날, 프랑스를 경유해 독일로 들어가는 복잡한 루트를 굳이 항공권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한 나. 그렇게나 무모한 여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았다. 첫날 파리에서 일박을 하고, 다음날 오.. 2016. 9. 8.
아날로그 시대, 겁없던 짠순이의 독일행-1 나의 독일행은 총 세 번이었다. 그 중 첫 독일행은 아무에게도 말 하지 않고 진행되었다. 대학 4년 동안 독문학을 전공하면서도, 방학마다 있는 독일대학 연계 어학연수 프로그램 같은 건 꿈도 꿀 수 없었는데, 막상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꿈이라도 꿔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에 큰 획을 하나 긋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서였다. 몇 달 후 가족들에게, 독일에 가겠노라 폭탄 선언을 했다. 혼자 독일 어학원을 알아보고,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탈탈 털어 어학 코스에 수강등록까지 마치고 난 뒤였다. 그렇게 안 하면 또 다시 갈등을 하고, 결국 돈 걱정에 분명히 못 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딱 6개월만 나를 밀어달라 말했다. 그 다음부터는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라도 하며 버티겠노라고. 당.. 2016. 9. 3.
하이델베르크, 그리고 I'll Make Love To You.. 외국에 나와 공부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기억은 대개의 경우 어학을 하던 시절이라 답한다. 나 또한 그 때가 가장 즐거웠던 것 같다. 나의 어학시절은 94년 프라이부르크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문과를 졸업한 덕에 바로 중급반에서 수업을 들었던 지라, 외국어에 입문할 무렵의 황당한 에피소드나 재미난 추억거리는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때를 떠올리면 입가에 미소가 번져옴을 느낀다. 열 명 정도로 이루어진 내 반은 소위 선생들 사이에서 '미친반'으로 통했다. 분위기가 완전 가족적이었다고 말해야 하나, 서로 죽이 잘 맞았다고 말해야 하나.. 서로가 너무 잘 통해서 한시도 조용하지 않은 반이었다. '마르코'라는 애의 생일날, 슈바르츠발트(흑림) 근교의 멋진 찻집으로 그애가 친구들을 초대하기도 했고, 가까운 스.. 2009.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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