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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6

겨울, 그리고 우울한 이야기들 아이들의 대부분은 어떤 계절을 좋아할까요? 제 아이들은 겨울이 좋다고 합니다. 작년에 그 혹독한 추위를 맛보고도 여전히 겨울이 좋다고 하는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하더군요. 눈이 내리니 좋다고 합니다. 학교 뒷마당 주변에 숲이 있는데, 작년 겨울에 아이들은 그 비탈진 곳의 얼음판 위에서 친구들과 함께 바지째로 미끄러져 내려오는 놀이를 하며 놀곤 했습니다. 바지가 젖고 진흙이 묻어도 아이들의 놀이는 그칠 줄 몰랐습니다. 그런 아이들과 반대로, 어른인 저는 이번 겨울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독일 와서 건강도 안 좋아진 것 같고, 가장 큰 여파는 피부에 나타나더군요. 피부가 몰라보게 거칠어 졌습니다. 추위때문일 수도 있고, 이 지역의 물 때문일 수도 있을 거란 생각도 드는데, 어쨌거나 독일에 와서 갑.. 2009. 10. 26.
우중충한 날씨가 연일 계속되다 잠깐 쾌청해지기에 집 앞으로 산책을 나갔다. 웬걸, 나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날씨는 다시 또 흐려지기 시작한다.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끝이 아직은 매섭다. 그늘진 곳에 흐르는 냇물에는 아직 얼음도 보인다. 한쪽 구석의 나무 그루터기의 모습도 쓸쓸하기만 하다. (비 때문인지, 얼음이 녹은 때문인지 냇물이 흙탕물이다.) 하지만 이러저리 뜀박질 해대는 아이들의 모습은 딱 봄이다. 이리저리 덩달아 작은 뜀박질을 하다 푸드득 날갯짓으로 행인을 놀래키곤 하는 지빠귀의 모습을 봐도 봄이다. 자세히 보면, 누렇게 숨죽여 누워있던 풀 속에 연둣빛 새싹들이 얼굴을 내미는 것도 보인다. 봄이다. 누군가는 목 빼고 기다리고 있을 법한, 그런 봄이다. (사진으로는 어쩐지 쓸쓸해 보이지만, 실은.. 2009. 3. 11.
눈 내리는 날... 내리는 눈은 사람 마음 만큼이나 주변의 소리까지 먹어 버려 온 세상을 하얀 고요속에 파묻어 버린다. 내게는 이런 함박눈 내리는 날 가슴 아린 기억들이 유독 많다. 아무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머리카락에 가린 눈물을 살짝 훔치던 날도 있었고, 파묻히는 눈 속에 슬리퍼 하나 달랑 끌고 어딘가를 서성이던 기억도... 그 때 나는 언제나 내리는 흰 눈만을 보았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무수히도 많은 검은 눈이 내리기도 하는 것을... 가로등 빛을 올려다 보아도 검은 눈은 폭죽처럼 내려붓는다. 어느날인가 운전을 하다 이런 함박눈을 만났다. 문득 어디론가 핸들을 돌려 숨어버리고 싶었다. 내려붓는 눈이 두려워 더 이상 헤치고 나아갈 수가 없어서... 아직도 눈이 무섭다. 그러나 흰 색이 주는 이유없는.. 2009. 2. 16.
눈비, 얼음비 내린 날, '바람의 집'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할머니 한 분이 정류장 칸막이 안으로 들어온다. 그러더니 안면이 있던 분인지, 내 옆에 있던 다른 할머니와 이야길 시작한다. "이런 눈비(Schneeregen)에 어디 가세요?" "눈비가 아니라 얼음비(Eisregen)여!" "그렇네, 얼음비네, 날씨 한번 참 궂지요?" 나도 멋모르고 나왔다가 이 황당한 얼음비 때문에 방금 전까지 마치 그 할머니들이랑 연배나 되는 양, 바닥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미끄러지지 않으려 온 몸에다 힘이란 힘은 다 주고 걸어온 터다. 미끄럽고도 질척질척한 감촉이 발 밑에서 내 정신마저 혼미하게 만든다. 차가운 얼음비에다, 귓전을 요란스레 맴돌며 옷깃을 비집고 들어오는 칼바람까지 겹쳐서 한 달간의 한파가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는 일기예보에도 그저 아리송하기만 .. 2009. 1. 24.
바람의 집 등교하는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오는 길에 길가에 서 있던 온도를 표시하는 전광시계를 보니, 온도가 영하 13도다. 아침 기온이라고는 해도, 낮 또한 영하 10도 이하에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요즘의 날씨는 가히 살을 에인다는 표현에나 걸맞을 듯 싶다. 어느 지방은 영하 25도 까지 내려갔다고 하니, 그나마 더 따뜻한 지방에 살고 있는 걸 감사해야 할 판이다. 바람의 집... 바로 우리집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혹한에 우리집에서는 때때로 윙윙거리는 소리가 하루 종일 귓전을 맴돈다. 가장 큰 이유는 창문이 들려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창문이 꼭 들어맞질 않는다. 게다가 벽에서도 바람이 새어나오는 걸 보면 애초에 지어질 때부터 뭔가가 잘못된 게 틀림없다. 사실 이 집은 내가 독일에 들어오기 전.. 2009.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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