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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4

남도를 지나며.. 서해안 고속도로는 지나는 길에 바다를 자주 볼 수 있어서 좋다. 이번처럼 조수석에 앉아 가게 되면 얼굴 옆으로 스쳐가는 바다의 모습을 좀 더 편히 볼 수가 있다. 사진으로라도 남겼으면 좋았으련만, 그저 그 뿐, 그냥 스쳐가는 바다를 보고만 말았다. 얼굴 옆으로 스쳐가는 바다의 경관은 담지 못 했지만, 그래도 이 사진 한 장 만큼은 건졌다. 바다가 아니라 영산강의 모습이다. 무안에서 끝나는 서해안 고속도로 대신, 이곳 영산강을 건너 남해 고속도로를 향해 나아간다. 오래 전 영산강 주변을 자주 다니던 때가 있었다. 이쪽은 아니고, 영산강 하구언, 영산호 쪽이었는데, 언젠가 궁금해 다음지도로 보니, 그때와는 다른 황량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아마도 길을 돌아서 갈 생각은 선뜻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남해 고속도.. 2018. 8. 10.
슬픈 곡조의 어떤 '고향역' 오늘 오전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이른 가을날이었다. 시장 모퉁이를 돌다가 애절한 노랫가락을 만났다. "이쁜이 꽃분이 모두 나와 반겨 주겠지 달려라 고향 열차 설레는 가슴 안고..." 소리가 나는 곳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니 다 기울어가는 허름한 식당 입구에서 초로(初老)의 여인이 밖을 내다보며 구슬픈 얼굴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20대였던 나는 그 노래의 제목도, 그 노래를 부른 가수도 몰랐다. 그저 지나는 사람의 심금을 울릴 만큼 노랫가락이 구슬펐고, 이쁜이, 꽃분이라는 이름이 정겨웠다. 소리에 이끌려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노래를 그치고 내게로 다가와 뭘 줄까냐고 물었다. 뭘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먹으면서, 식당 입구에 다시 앉은 그녀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저 평범한, 아니 어쩌.. 2016. 9. 18.
현진건의 <고향> 속 일제의 수탈과 간도 이주 현진건의 '고향'이라는 작품은, 대구에서 서울로 가는 기차 안에서 작중 화자인 '나'와 마주 앉게 된 사내가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기차는 지금처럼 개방된 형태가 아니라, 복도를 통해 이어지는 방처럼 생긴 형태다. 네 명이 그 안에 들어가 앉을 수 있는데, 작품 속 찻간에는 앞서 언급한 작중 화자인 '나'와 바로 맞은 편 사내 외에도, '나'의 곁에 앉은 중국인, 사내의 곁에 앉은 일본인이 더 있다. '나'의 시각으로 본 사내는 좀 유별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옥양목 저고리에 중국식 바지를 입고, 그 위에 일본식 기모노를 두루마기격으로 걸치고 있다. 감발(헝겊으로 싼 발)에다 짚신까지, 초라한 행색이기도 했지만, 이 나라 사람도 아니고, 저 나라 사람도 아닌 듯한 옷차림이 참 우습다.. 2016. 8. 31.
크리스마스 이브에.. 크리스마스 이브다. 며칠간 길이 꽉 막히고 버스가 노선을 바꾸기도 하면서 우리의 명절 만큼이나 부산한 크리스마스 이동이 시작되었지만, 오늘 오후가 되니 길에 한산함만이 감돈다. 그도 그럴 것이, 독일은 크리스마스 이브 2시 이후로 가게들이 다 문을 닫는다. 물론 크리스마스 장도 마찬가지, 바로 어제가 마지막 날이었다. 다행이도 가게에 친절하게 붙어 있던 안내문 덕분에 오늘 2시 이후로 모든 상가가 문을 닫는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어놔서 이것저것 사다가, 냉장고에 한 가득 비축을 해둘 수 있었다. 모레까지 이틀하고도 반나절, 아니, 토요일이 샌드위치로 끼어 있어서 아마도 일요일까진 이 정적이 계속될 것이다. 아니, 그 또한 아닌 것이, 학교나 직장들에선 2주 이상의 크리스마스 휴가가 이미 시작되어서 텅 빈.. 2008.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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