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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4

누가 그린 그림일까.. 선선해진 밤 바람을 쐬러 나갔다가 멋진 그림을 보고 왔다. 자연이 그린 그림이다. 이 나이가 되어도 나는 이런 게 신기하다. 그림자는 그저 검정색일 것만 같아도 검정에도 이런 깊고 얕음이 있다. 가로등 빛을 제대로 받고 서 있는 이 그림자의 주인은 이런 모습이다. 초록은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주 칼라로 쓰기 힘든 색이다. 심지어 사람의 얼굴을 표현하는 데도 군데 군데 초록을 살짝 쓸 수는 있지만, 과하게 쓰는 순간 망하는 게 초록이다. 초록이 잘못 쓰이면 어린아이의 그림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자연은 이런 초록마저도 귀신처럼 잘 쓴다. 나무마다, 풀마다 톤을 달리해 하나의 촛점을 만들고, 그로부터 모이고 흩어지는 아름다움이 있다. 그러므로 자연은 결국 스스로 타고난 최고의 화가다... 2016. 9. 1.
죽은 후, 나무와 함께 상생해 보는 건 어떠할까? 사람이라는 게, 또 생명이라는 게, 필시 영원할 수는 없으니 언젠가는 누구든 흙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 자명한 이치입니다. 그저 이름 모를 한 줌의 흙으로 사라지느니, 어느 나무 아래 묻혀, 그 나무를 빌어 또 하나의 생명으로 상생할 수 있다면 어떠할까요? 얼마 전 인근의 수목장(樹木葬) 묘지에 다녀왔습니다. 독일에서는 대부분의 수목장이 거대한 숲 한 군데에 들어서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발트프리트호프(Wald 숲+ friedhof 묘지)라는 이름으로 불리웁니다. 수목장은 시신을 관에 넣거나(매장형) 불에 태운 후 가루로 만들어 분해 가능한 소재에 싸서(산골형) 나무 아래 묻는 형태로, 1993년 스위스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죽은 사람을 위한 공간인 묘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비단 우리나.. 2009. 10. 15.
산책로에서 만난 영락없는 원숭이 근처에 산책을 나갔다가 눈 앞에 나타난 원숭이 형상에 깜짝 놀랐다. 살다가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는 경우가 어디 한두 번일까 마는, 갑자기 원숭이가 나타나니 한 번 놀란 가슴에다, 자연이 빚은 '우연'이라는 이름의 손길에 한번 더 놀랐다. 어떻게 이런 모습이 생겨날 수 있었을까... 참 신기하다.  원숭이만 보고 가기가 서운하신 분들을 위한 보너스~ 기억나시나요? 공벌레... 꿈지럭 거리는 게 마냥 신기해 가만히 내려다 보다가, 한 번 만지기라도 할라치면 온 몸을 돌돌 감아 공의 형상을 만들어 버리는... 제 기억에는 공벌레인데, 제대로 된 다른 이름이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벌레를 싫어하시는 분들, 너무 놀라지 마시기를... 저도 살겠다고 머리 굴리는 거 보면, 길고양이 만큼은 아니라도 그런대로.. 2009. 4. 28.
나무를 해친 댓가 5000유로 최근 인근의 한 놀이터 숲에 괴이한 일이 일어났다. 나무 몇 그루가 동시에 누군가에 의해 기습을 당한 것이다. 건강하던 단풍나무와 소나무, 그리고 떡갈나무 중 13그루가 대략 일센티미터 깊이로 빙 둘러가며 상처가 나 있다. 상처는 도끼 또는 톱에 의해 생긴 것으로 추측되는 가운데, 그 깊이가 나무 껍질 안쪽까지 파고 들어가 걱정스러울 정도인 데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 나무들이 주로 놀이터의 안쪽이 아닌 바깥쪽에 자리하고 있기에, 미관상 그대로 방치해 둘 수가 없다는 것이다. 즉, 이 나무들을 베어 내고, 그 자리에다 새로운 나무들을 심어야만 할 실정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특이한 공고가 났는데, 내용은 이러하다. "나무 13 그루를 파괴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에게 벌금 5천 유로(한화 약 900.. 2009.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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