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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2

능소화, 새색시 같은 자태 여름이 무르익으면서 여기저기서 능소화가 자주 눈에 띈다. 태양처럼 환한 빛으로 만개한 꽃봉오리들을 보노라면, 주홍빛과 초록이 만나 만드는 강렬함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마치 초록 바탕에 주홍 꽃을 붙여넣기한 듯 선명하다. 주홍과 초록이 만나 만드는 색감은 '새색시' 같다. 옛날 여자들의 저고리와 치마에는 색깔이 정해져 있었는데, 새색시들의 차림이 주로 이런 색이었다. 어렸을 때, 신행 갔다가 인사를 온 친척 언니들이나 숙모들을 보면, 분가루가 묻어날 만큼 희고 뽀얗게 치장한 피부에 입술만 빨갛게 화장을 하고, 연둣빛 저고리와 빨간 치마로 한껏 도드라진 차림을 하고 있었다. 마치 이 꽃처럼 눈이 부실 만큼 화사했다. 비 오는 와중에 정원 가운데 외롭게 서 있는 능소화가 눈에 들어와, 우산대를 어깨에 걸.. 2018. 7. 9.
화려한 어느 여름 꽃에 관한 이야기 어릴적 학교 가던 길, 그 어린 눈에 살굿빛 화려한 꽃이 들어왔다. 으리으리한 부잣집의 담벼락에, 마치 벽을 타고 흘러내리듯 피어 있던 그 꽃은, 잠시 내린 비에 촉촉히 젖은 채 꽃잎 몇 장을 바닥에 떨군 채였다. 가만히 다가가 꽃을 바라보았다. 그때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당시의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것만 같은 꽃이었다. 대학에 다니던 어느 날, 길 모퉁이에서 다시 그 꽃을 보았다. 강렬하게 뇌리에 와 박혀있던 어린 시절 어느 날의 잔상을 떠올리며 여름 한 철 빙긋이 미소 지으며 그 곁을 지나 학교에 다니곤 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한참 흘러 드디어 그 꽃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능소화" 살굿빛의 소담한 꽃, 어린 나를 멈추게 했던, 대학생이던 나를 미소 짓게 했던, 그 꽃을 오늘 다시 우.. 2016.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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