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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음악17

한 편의 영화같은 음악, Falco의 ' Jeanny ' 가게에서 립스틱을 사고 있는 19세 소녀를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 진한 빨간색 립스틱을 바른 그 소녀는 이내 그에게 납치되고야 만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지니, 이리와, 어서! (Jeanny, komm, come on)", 이렇게 시작하는 이 노래는 팔코(Falco)의 ' 지니(Jeanny) '란 곡이다. "아주 새빨갛게 입술을 바른 네가 말했지, "날 건드리지마!". 하지만 난 느꼈어, 눈은 말보다 더 많은 걸 의미하거든. 너도 내가 필요한 거잖아, 안 그래? (Zuviel rot auf deinen Lippen und du hast gesagt: "Mach mich nicht an." Aber du warst durchschaut, Augen sagen mehr als Worte. Du brauchs.. 2019. 3. 15.
즐거운 WG의 추억, 함께 부르던 Schaurig Traurig '세기말'이라 불리던, 뭔가 일어날 것만 같은 두근거림이 있던 시간들을 20대의 나는 독일에서 보냈다. '세기말'이란 단어가 주는 막연한 두려움 같은 시간들이었다. (그야말로 '명탐정 코난'에 자주 등장하는 그 단어와 함께, 마음마저 '도끼도끼(ときどき)'한.. ) 그때는 그리 두렵기까지 하던 그 단어가 이제와 돌이켜 보면 오히려 예전 추억이 듬뿍 담긴 따뜻한 느낌으로까지 다가오곤 한다. 첫 번째 독일행에 관한 이야기들은 앞서 동일 카테고리 안에 포스팅 한 바 있다. 지극히 개인사적인, 정리 차원에서 한 포스팅이기도 하고, 너무 오래 전 일이기도 해서 일부러 찾아볼 만큼 특별한 에피소드들은 아니다. 두 번째 독일행은 시작부터 내게 '행운'처럼 비춰졌다. 거기가 어디라고, 처음 도착한 역에서 아는 사람을 .. 2019. 3. 6.
마왕(Erlkönig), 스카이캐슬에 빛나는...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한창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아이를 명문대학에 보내려는 부모들의 과욕, 이를 이용해 아이와 학부모들을 휘어감고 결국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학습코디, 그리고 어른들에게 조정당하는 상처 받은 아이들의 모습까지, 대한민국 상위 1%들에게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를 20부작으로 잘 엮었다. 재미있다는 사람들이 많아 중간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아쉽게도 이제 한 편만을 남기고 있다. 드라마 중간중간에 학습코디 김주영이 부모들과 아이들을 손아귀에 넣고 온갖 모략을 일삼는 부분에서 슈베르트의 '마왕'이 배경음악으로 깔린다. 오랜만에 듣는 음악이라 처음에는 반갑기도 했으나, 드라마의 곡선에 그다지 어울리는 곡은 아니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용상 다분히 의도적으로 삽입한 .. 2019. 1. 28.
독일음악 Lied와 Volkslied 독일음악에 '리트(Lied/복수형 Lieder)'라는 장르가 있다. 우리가 흔히 '독일 가곡'이라 칭하는 고전음악 갈래다. 리트는 이미 여러 나라에 잘 알려져 있다. 프리츠 분더리히, 제라르 수제, 그리고 몇 년 전 사망한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등의 목소리로 슈베르트나 슈만, 베토벤 등이 작곡한 가곡을 들으면 독일어가 내뿜는 색다른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된다. 분더리히, 수제, 디스카우는 내가 듣는 버전이고, 지금은 또 세월이 흘렀으니 다른 이들의 목소리로도 천재 작곡가들의 노래는 계속 불리고 있을 것이다. 세계 곳곳에 마니아 층을 가지고 있는 '리트'와 달리, 독일 민중들이 부르는 '포크스리트(Volkslied/ 폴크스리더Volkslieder)'는 독일 내에서만, 또는 독문학도들 사이에서만 관심의 대상.. 2018. 6. 28.
나라위해 싸우고도 범죄자로 전락한 이들, 그 가족의 노래 사람들이 뭐라 나쁘게 말하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역시나 '사랑하는 사람'이다. 독일 노래, 'Opa ich vermisse dich'는 전쟁에 나가 전사한 할아버지를 그리는 할머니와 손자의 마음을 잘 담아낸 노래이다. 전범이라는 낙인이 찍힌 사람일지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듬직한 아들, 자상한 남편, 멋진 할아버지일 수 있다. 전쟁범죄를 미화한다 평하는 이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설령 전범이라 할 지라도 결국 그들도 '시대의 희생양'이다. 전쟁이 아니었더라면 그냥 평범한 삶을 살았을 이들이기 때문이다. 한나 아렌트의 말을 빌어, 악은 우리 곁에 늘 평범한 모습으로 있을 뿐, 특별한 살인마의 모습이 아니다. 가족의 입장에서 라면, 사회적으로 어떤 사람이었든 가슴속에 사무치는 아픔과 그리움.. 2016.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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