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책6

말 잘 듣는 독일 개들, 주인 역할도 크다. 개 목줄 때문에 시비가 붙어, 결국 당사자도 아닌 엉뚱한 사람 한 명이 사망한 사건이 어제 있었습니다. 시비가 어떻게 불 붙었길래 그런 사고까지 발전하게 되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개를 데리고 외출시 목줄을 꼭 매야 하는 것은 개의 오물을 치우는 일과 함께 한국에서도 이미 개를 기르는 사람의 당연한 의무가 되어 있는 줄로 압니다. 독일에서도 개를 데리고 외출시 목줄은 필수입니다. 거기에, 맹견들은 입마개까지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주인에게는 충성심 강한 착한 개일지라도 타인에게는 때로 공포의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은 가옥 구조상 애완견의 배변이 실내에서는 어렵기 때문에, 개를 기르는 사람들은 이를 위해 일정한 시각에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산책로에는 애.. 2009. 10. 13.
민들레 홀씨 되어 바람 타고 솔솔 비 오고 흐리기만 하던 날씨가 오랜만에 개이고 햇빛이 간간히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자고 졸라대기 시작했다. 그래, 오늘 이 엄마가 기침을 좀 덜 했지..ㅜㅜ 어제는 내가 기침을 심하게 하는 통에, 조르기 미안했던지, 둘이서 숲에 다녀온다고 하길래, 오죽 답답하면 그럴까 하면서 그러라고 하니, 정말로 이 녀석들이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그때의 기분이란... 내가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은 그저 나만의 생각이고, 아이들은 알아서 숲에 가서 한바탕 뛰어 놀다가 머리카락까지 젖어 집에 돌아왔었다. 주말인 오늘이라고 다를까, 내 손까지 잡아 끌며 애원을 한다. 숲 입구가 아닌, 더 멀리 가고자 함이다. 마침 먹을 것도 떨어져 장도 보러 나가야 할 참에, 그래 가자, 하고 나갔다. 입구에 접어.. 2009. 5. 17.
산책로에서 만난 영락없는 원숭이 근처에 산책을 나갔다가 눈 앞에 나타난 원숭이 형상에 깜짝 놀랐다. 살다가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는 경우가 어디 한두 번일까 마는, 갑자기 원숭이가 나타나니 한 번 놀란 가슴에다, 자연이 빚은 '우연'이라는 이름의 손길에 한번 더 놀랐다. 어떻게 이런 모습이 생겨날 수 있었을까... 참 신기하다.  원숭이만 보고 가기가 서운하신 분들을 위한 보너스~ 기억나시나요? 공벌레... 꿈지럭 거리는 게 마냥 신기해 가만히 내려다 보다가, 한 번 만지기라도 할라치면 온 몸을 돌돌 감아 공의 형상을 만들어 버리는... 제 기억에는 공벌레인데, 제대로 된 다른 이름이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벌레를 싫어하시는 분들, 너무 놀라지 마시기를... 저도 살겠다고 머리 굴리는 거 보면, 길고양이 만큼은 아니라도 그런대로.. 2009. 4. 28.
독일 시골에서 마신 맥주가 특별했던 이유 오랜만에 도시를 벗어나, 호젓한 교외로 바람을 쐬러 다녀왔다. 날도 화창하니 구름 한 점 없고, 키 큰 수목들 사이를 걷다 보니, 모든 걸 잊고 잠시 사색에도 잠겨 볼 수 있었다. 동토에서 새로운 봄을 기다리던 새싹들이 뾰족히 얼굴을 들이민지 오래지 않아, 천지가 온통 연둣빛 잔치로 분주하다. 야외에서 정취를 더해주는 한 잔의 맥주... 프랑켄 지방은 백포도주로 유명하지만, 이 백포도주의 고장에 살면서도 나는 여전히 '맥주 매니아'다. 이 맥주는 근방에서 만들어져, 나무통에서 숙성된 것이라 한다. 독일은 우리처럼 브랜드 맥주만이 전국에 걸쳐 상권을 잡고 있는 게 아니라, 각 고장에서 나는, 그것도 한 두가지가 아닌 맥주들이 각기 다른 입맛으로 여행객의 입을 즐겁게 해 주곤 한다. 특히나 야외에 즐비하게 .. 2009. 4. 12.
우중충한 날씨가 연일 계속되다 잠깐 쾌청해지기에 집 앞으로 산책을 나갔다. 웬걸, 나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날씨는 다시 또 흐려지기 시작한다.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끝이 아직은 매섭다. 그늘진 곳에 흐르는 냇물에는 아직 얼음도 보인다. 한쪽 구석의 나무 그루터기의 모습도 쓸쓸하기만 하다. (비 때문인지, 얼음이 녹은 때문인지 냇물이 흙탕물이다.) 하지만 이러저리 뜀박질 해대는 아이들의 모습은 딱 봄이다. 이리저리 덩달아 작은 뜀박질을 하다 푸드득 날갯짓으로 행인을 놀래키곤 하는 지빠귀의 모습을 봐도 봄이다. 자세히 보면, 누렇게 숨죽여 누워있던 풀 속에 연둣빛 새싹들이 얼굴을 내미는 것도 보인다. 봄이다. 누군가는 목 빼고 기다리고 있을 법한, 그런 봄이다. (사진으로는 어쩐지 쓸쓸해 보이지만, 실은.. 2009. 3. 11.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