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1 제 머리 깎은 날 이래저래 애들의 머리를 깎아주기 시작한 게 햇수로 몇 년이 되다 보니, 머리에 이발기계를 댈 때마다 떨리곤 하던 손 대신,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쓱쓱 밀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그러다 제법 자란 내 머리에 까지 손을 대고 싶은 충동을 자제하지 못해 아이들의 머리를 깎아준 다음 내 머리카락을 잘랐다. 중도 못 깍는다는 제 머리... 솔직히 스님들 머리야 그대로 밀기만 하면 되는 것이거늘, 그도 못 한다는 '자기 머리 깎기'를 하는 내내, 머리 깎기 보다 더 힘들었던 건 엉뚱하게도, 너무 작아 내 모습이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는 작은 손거울 때문이었다. 내가 남자라면야 불가능 했겠지만, 단발머리로 자르는 일 정도는 '알아주지 않는 사이비 미용사' 몇 년 만에 익힌 손놀림으로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2009. 3. 8.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