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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4

소확행 며칠 전 어느 칼럼에 '소확행'이란 단어가 있었다. 이제는 '욜로'의 시대가 가고 '소확행'을 이야기하나 보다. 소확행은 '작지만(小) 확실한(確) 행복(幸)'의 준말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에 나오는 말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과연 무엇일까? 한때 잘 나가던 연예인들이 시골 어느 곳에 집을 짓고 살면서 손에 흙을 묻히고 하루하루를 소소하게 도란도란 사는 걸 보노라면, 행복이란 게 어떤 건지 조금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더 화려하게 살 수 있는 사람들인데도 소탈한 삶 속에서 그들의 얼굴에 스치는 미소가 유난히도 환하다. 그들의 소확행이다. 나의 소확행은 그들보다 더 단출하다. 그들은 안락한 삶을 택하고 그 속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여유를 말하지만, 나의 소확행은 그나마 그냥 '커피'다. 한 5년.. 2018. 6. 2.
할머니라는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집어든 케잌 며칠 전 마트에 갔다가 케잌을 하나 사오게 되었습니다. 빵이나 케잌을 사려던 게 아니었는데, 누군가가 집어 가져가는 걸 보고는, 나도 모르게 따라서 그것을 카트에 넣고 말았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누군가가 고른 그 케잌을 우연히 보게 되었던 것이, 봉지에 적힌 '할머니(Oma)'라는 말에 순간 정신이 팔려 나도 모르게 카트에 넣어버린 것이었습니다.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아니었는데, '할머니의 낲쿠헨(Oma's Napfkuchen: 사발 모양의 틀에 반죽을 담아 오븐에 구워낸 카스테라 종류)'이란 한 마디에 그렇게 하고 말았던 것이죠. 서양에서도 할머니는 한없이 좋은 존재인 것만 같습니다. 어쩌면 나로 하여금 이 케잌을 사게 만들었던 마트에서의 그 사람도, 나와 똑같이 '할머니'란 단어에 맘이 약해졌.. 2009. 10. 8.
가을 되니 그리워지는 다관 하나, 찻잔 한개 얼마전 패트릭 스웨이지가 그리 많다 할 수 없는 나이에 사망했습니다. 그가 주연한 '사랑과 영혼', 보신 분들은 누구와 함께 보셨나요? 죽어서도 연인을 떠나지 못 하는 줄거리 특성상, 연인이나 이성 친구와 많이들 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때의 기억들, 아마도 가슴 한 구석에 묻어두고 계신 분들도 있으시겠지요. 그래서 패트릭 스웨이지의 죽음이 많은 사람에게 더욱 안타까움으로 다가왔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슴 아픈 나머지, 어느 날 미완으로 끄적여 둔 패트릭 스웨이지에 관한 기억을 포스팅해볼까 하다가, 그냥 그 즈음 떠오르는 다른 기억에 대해 대신 정리해 보기로 했습니다. 영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당시, 저는 대학 후문 앞 전통찻집에서 겨울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방학마다 친구들 얼굴도 .. 2009. 9. 28.
추억속의 브리타 독일은 지역에 따라 수질이 크게 다르다. 그래서 어느 지역은 수돗물을 바로 받아 마셔도 될 만큼 수질이 좋지만, 대부분의 지역은 물에 석회 함량이 많아 그냥 마시기가 힘들다. 더우기 찬물인 상태에서는 석회가 보이지 않지만, 끓이기라도 할라치면, 물 위에 기름이 뜨듯 둥둥 떠 있는 석회 찌꺼기를 보며 그 누구라도 기분 좋게 차를 마실 수는 없을 것이다. 십여년 전 처음 독일에 왔을 때, 많은 독일 유학생들이 그렇듯, 나 또한 한국으로 귀국하는 어느 분에게서 쓰던 몇 가지를 중고로 구입했다. 그 속에는 브리타 정수기도 있었다. 나 만큼이나 가난한 유학생 처지였던 그 분은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필터는 자주 살 필요 없어요. 석회는 식초에 녹으니까 식초에 담궜다가 다시 쓰면 돼." 그때까지 한국에서 브리타.. 2009.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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