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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입시를 목전에 둔 아이들을 보며..

by 비르케 2016.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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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과 나는 연년생이다. 서로 비슷하게 결혼을 했고, 그러다보니 아이들도 비슷한 시기에 일 년 정도의 터울을 두고 가지게 되었다. 우리 애들 서기와 유니, 조카, 셋 다 남자애들이다. 외동인 조카는 그 중 가운데로, 우리 큰애 서기와는 속 깊은 고민이나 진로 이야기 등 엄마들에게는 못 할 말들을 허물없이 터놓는 사이다. 조카와 우리 둘째 유니는 놀 때 서로 죽이 잘 맞는다. 노는 걸로 치면 빠지지 않는 두 녀석이라 만나면 따로 말이 필요 없을 정도다. 어릴 때는 서로 삼총사니 어쩌니 하면서 자기들끼리 이종 간이 아닌 친형제인 것처럼 지내던 사이니 지금도 친구들보다 더 각별해 보인다.

 

어느 날인가 연휴를 맞아 동생네가 집에 놀러왔다. 학원 숙제를 바리바리 한짐 싸와서 마음이 안 편했는지 조카가 공부방에 들어가자, 서기도 책을 들고 따라 들어갔다. 그런지 한참이 지나, 언뜻 그 방 앞을 지나가다 이런 광경을 보았다.

 

햇살에 눈이 부셔 커튼을 쳤는지 방에는 어둠이 좀 내려 있고, 서기와 조카가 유리창 턱에 올라 밖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고층 아파트인지라 소름이 쫙 끼친 나머지 내려오라고 하려다, 아이들의 뒷 모습이 너무도 숙연해 나도 모르게 카메라 셔터에 손이 갔던 날이다.

 

 

그게 벌써 2년 전이다. 서기도 조카도 이제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서기는 지금 부모에게서 떨어져 기숙사 딸린 고교에서 생활하고 있다. 내년 입시를 목표로 외로운 싸움의 연속이다. 또 올해 고교에 입학한 조카는 벌써부터 생기부에 쓸 한 줄 한 줄을 위해 이 방학 동안 뭔가를 하느라 열심이다. 힘들어서인지 중2때도 건너뛴 때늦은 중2병앓이까지 심하게 치르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고등학생이 된 이 두 아이들을 보면서 학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들에 별다른 도움을 줄 수 없는 나로서 참 안쓰러울 때가 많다. 중학생인 유니라고 고민이 없을까, 요즘은 고등학교를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대입도 반은 결정이 나기 때문에 중학생도 입시 고민에서 꼭 자유롭지만은 않다.

 

 

얼마 전 입시설명회에 갔다가 정말 깜짝 놀랐다. 6월 모평이 있고 나서 바로 열린 설명회에 그렇게 많은 수의 학부모가 왔으리라곤 미처 상상도 못 했는데,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 서기가 치를 2018 입시는 올해 2017년 입시보다 더 가관일 거라서 벌써부터 걱정이다. 

 

 

설명회에서 본 고3 국어 모의고사 지문이다. 어휘 자체가 어려운 건 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공부를 하고 있다 여기니 새삼 아이들의 고민이 몸에 와 닿았다. 직장이며 이것저것 하는 일들에 쫓겨 시간은 없지만, 주말에 하는 설명회라도 찾아가려 애쓰며 살고 있으니, 학원가 선생님들 표현마따나, 그냥 부모는 아니고 학부모에는 해당이 되나보다. 내친 김에 지금부터라도 교육 관련 자료들을 좀 모아 정리해 볼까 하는 생각에 카테고리란에다 '교육'을 하나 더 넣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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