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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스트레인저-무황인담'을 통해 본 일본 전국시대와 임진왜란

by 비르케 2016.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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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메이지 천황의 시대가 오기까지 약 700년 가까이 무사 지배 사회였다. 당시 조선의 선비들이 성리학을 근간으로 학문을 쌓는 동안, 일본은 오랜 세월 막부 체제를 통해 무사들이 나라를 이끌어갔던 것이다.

'스트레인저-무황인담'을 통해 본 일본 전국시대와 임진왜란

막부는 무사 정부(정권)이다. 가마쿠라 막부-무로마치 막부로 이어지던 막부 정권은 15세기 말부터 세력이 약화된다. 여기저기서 권력을 쥔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던 혼란기, 즉 전국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그로 인해 전장에서 주군을 잃은 수많은 칼잡이(사무라이)들이 졸지에 갈 곳이 없어지게 되었다. 이른바 낭인이 되어 떠돌기 시작한 그들은, 새로 몸 담을 곳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불사하는 존재들이었다.

 

영화 <스트레인저- 무황인담>에서는 '나나시'라는 낭인을 통해 당시의 역사적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코타로'가 그에게 이름을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아카게 (빨간 머리: 열매 달인 물에 머리를 빨갛게 염색하고 다니기 때문)."

"아카오니 (빨간도깨비: 같은 이유로, 빨간색이 들어감. 귀신처럼 싸움을 잘 해서 도깨비 추가)."

"나나시 (이름 없음)."

 

스트레인저-무황인담_칼을 봉인하는 장면

 

주군을 잃고 그때마다 다른 주군을 섬겨야 했으므로 이름이 여럿이다. 그는 주군이 바뀔 때마다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잔혹한 짓도 마다하지 않았던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로 인해 계속 악몽에 시달리며, 스스로 자신의 칼을 봉인해 버린다. 더 이상 아무도 죽이고 싶지 않은 이유 때문이다.

 

 

이 영화의 줄거리에 대해 잠깐 설명하자면 이렇다. 마치 진시황제때 이야기에서 처럼, 명나라의 황제를 위해 불노불사의 약이 필요하다. 그 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특별한 아이의 피가 있어야 한다. 그 특별한 아이가 바로 주인공 '코타로'다. '나나시'는 다시는 칼을 손에 잡지 않겠노라 다짐했지만, 코타로를 알게 되면서 그간 봉인했던 칼을 다시 쓰게 된다.

 

스트레인저-무황인담_나나시를 알아보는 라로우
스트레인저-무황인담_나나시와 라로우
나나시와 라로우의 한판승

 

명나라에서 파견된 군사들 속에는 '라로우'라는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서양인 검객이 등장한다. 실제로 명나라에서 조선에 원군을 보낼 때도 '포르투갈인'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니, 충분히 설득력 있는 설정이다. '라로우'는 그저 잘 싸우는 용병이다. 그러므로 명나라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자신과 강자의 자리를 다툴 라이벌에 더 몰두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니 결국 '나나시'도 '라로우'도 서로 칼로 맞붙게 될 운명에 봉착한다.

 

 

이 영화에서는 조총의 모습도 등장한다. 일본은 서양과의 교류를 우리보다 한참 더 먼저 시작했다. 혼란기의 전국시대를 매듭지어 가던 '오다 노부나가' 가문에서 주도적으로 조총을 들여왔고, '오다 노부나가'가 길에서 주워오다시피 한 천민 출신, '도요토이 히데요시'에 의해 전국시대가 평정되면서, 조선 침략의 주 무기로 사용되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정권을 잡은 것은 '혼노사의 변(주군이었던 '오다 노부나가'가 부하의 배신으로 결국 자결에 이르게 된 사건)'에서 기인한다. 오다 노부나가의 복수를 하고, 오다 가문의 사람들을 보살피면서 그는 일본 전국시대를 평정한다. 실질적인 권력을 손에 쥐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무사 지배 시대라 해도 그의 출신 성분은 수많은 불만을 낳았다. 커다란 명분이 필요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는 자신의 주군의 포부이기도 했던 '명나라 침략'을 목표로 잡는다. 그로 인해 명나라로 갈 길을 열어달라는 것이 조선에 대한 그의 요구였다. 그러나 그것은 중화(中華) 질서의 차원에서 보았을 때, 명나라를 어버이 나라로 섬기던 당시 조선에 대한 선전포고이기도 했다. 육지의 나라들이 '중화'에 멍들어 있을 때, 섬나라인 일본은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음이 새삼 부러워지는 대목이다.

 

어쨌거나, 그들이 서양에서 총포를 들여오고 총포술을 익히는 동안, 조선은 너무도 평안했다. 조선이 들어선 이래 큰 전쟁 하나 없이 나름의 태평성대를 구가했으니, 아무리 '이이' 같은 훌륭한 학자들이 '십만양병설'을 주장해도 '소 귀에 경 읽기' 였을 것이다.

 

스트레인저-무황인담_임진왜란 당시의 일본 조총
임진왜란 이전에 이미 조총을 들여온 일본

일본이 오랜 세월 이와 같은 막부 정권과 그에 이은 전국시대를 보내며 쌓아온 전쟁 경력은 고스란히 조선의 무력 초토화에 쓰여졌고,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개인 야욕에 의해 조선이 전쟁터가 되는 동안 일본 본토에서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에도 막부'가 새로 들어서고 있었다. 

 

왜란은 흔히 '이겼지만 진 전쟁'으로 통한다. 일방적으로 우리 땅에서만 일어난 전쟁이었기에 일본군은 갑작스런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에 본토로 그냥 철수만 했을 뿐이다. 사실 더 이상 싸울 이유가 없었다. 에도 시대의 화려한 문화를 꽃 피운 데는, 당시에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을 포함한 우리 기술자들의 공도 있으니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세한 영화이야기는 올리지 못 했지만, 보고 후회할 영화가 아니다. 전쟁씬 등, 잔인한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잠시도 눈을 떼지 못 하는 박진감과 일본 애니 특유의 잔잔한 아름다움이 깃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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