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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누가 그린 그림일까..

by 비르케 2016. 9. 1.
300x250

 

 

선선해진 밤 바람을 쐬러 나갔다가

멋진 그림을 보고 왔다.

 

자연이 그린 그림이다.

이 나이가 되어도 나는 이런 게 신기하다.

 

그림자는 그저 검정색일 것만 같아도

검정에도 이런 깊고 얕음이 있다.

 

가로등 빛을 제대로 받고 서 있는

이 그림자의 주인은 이런 모습이다. 

 

 

 

초록은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주 칼라로 쓰기 힘든 색이다.

심지어 사람의 얼굴을 표현하는 데도

군데 군데 초록을 살짝 쓸 수는 있지만,

과하게 쓰는 순간 망하는 게 초록이다.

초록이 잘못 쓰이면

어린아이의 그림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자연은 이런 초록마저도

귀신처럼 잘 쓴다.

나무마다, 풀마다 톤을 달리해

하나의 촛점을 만들고,

그로부터 모이고 흩어지는 아름다움이 있다.

 

그러므로 자연은 결국 스스로 타고난

최고의 화가다.

 

 

파레트에 있는 초록색들이다.

 

물감에 적힌 색만 보고 파레트에 짜내면

잘못 짜서 색이 섞여 버리기 일쑤라

그걸 방지하기 위해 자리를 정해놓고

색깔의 이름까지 써 놓았다.

 

초록 계열이 다른 계열보다 역시 많다.

30색 물감이라 이 정도일 뿐,

색을 더 세분화하면 당연히

이보다 더 많아질 것이다. 

 

자연이 그리는 초록에는 바람이 있고,

물빛이 있고, 조명도 있다.

향기도 있고, 소리도 있다.

움직임까지 있다.

 

 그러니 그 누가 자연처럼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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