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시.. 여행.. 산책..

무등산이 품은 도시, 광주

by 비르케 2018. 5. 22.
300x250

 

무등산은 생각도 못 했다. 오랜만에 광주에 갔다가, 마침 부처님오신날이라 절에라도 갈까 하고 나선 게, 차가 하도 막혀서 핸들을 틀었더니 무등산이었다.

 

무등산의 도시, 빛고을 광주는 내 고향이다. 광주를 떠난 지도 오래고, 한 해에 한 두 번 올까 말까, 한 번씩 내려갈 때마다 엄마 얼굴이나 잠깐 보고 오는 게 다라서, 오늘 무등산은 정말로 또 오랜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굳이 무등산에 오르지 않더라도 명산은 늘 도시 가까이에 있다. 무등산은 늘 예전 그 모습 그대로, 광주 어디서고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사수원지를 끼고 돌아 무등산을 넘다 보니 지산유원지에 이르렀다. 언제부터인지 입구에 카페와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쉼터가 생겼다. 지산유원지는 사진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야 한다.

 

내가 어릴적에 지산유원지는 최고의 놀이 터전이었다. '유원지'라는 단어조차도 참 생소해져 버렸지만, 당시 광주에서 놀이기구를 타려면 이곳이 유일했다. 그렇게 화려했던 곳도 세월이 흐르니 차차 퇴색하더니만, 몇 년 만에 찾으니 또 사진에서 처럼 상가들이 즐비한 아기자기한 거리가 되어 있었다. 

 

 

길의 모습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지만 나무들은 그때의 나무들임이 분명하다. 어릴적 무수히 이 길을 지나다녔다. 걸어서도 지산유원지에 올 수 있는 가까운 곳이 나의 어릴적 살던 동네였기 때문이다.

 

부처님오신날인데도 이상하게 연등 장식이 없다. 과거의 영광은 사라지고 새로운 거리가 되어버린 지산유원지.. 그래도 오늘같은 날은 연등의 행렬이 아쉽긴 하다. 불교신자도 아니지만 어쩐지... 

 

이 길에 들어선 이상, 내 '유년시절 더듬어 가기'를 안 할 수가 없었다. 길마다 새롭게 상기되는 기억들이 참 아련하면서도 가슴 아파왔다. 어릴적 살던 터가 사라지고 새로 뭔가가 생기고... 그런 모습들을 그저 애닲게 바라보다 돌아왔다. 몇 장의 사진은 건졌으니, 그래도 더 있다 갔다면 그거라도 못 얻었을 것임에 스스로 위안을 삼아본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