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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보..

극본/시나리오도 콘텐츠 싸움

by 비르케 2018.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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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이 어려워서 일까? 생각보다 많은 20~30대들이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 등단을 했든 안 했든, 그들의 숫자는 해가 갈수록 늘어간다. 그렇다고 젊은이들만 그런 것도 아니다. 중장년층의 도전도 만만치는 않다. 결국 글을 쓰는 인구가 생각보다 많다는 얘기다.

 

예전에는 일 년에 한 번, 매년 초에 각 신문사에서 주관하던 신춘문예가 문단 데뷔의 가장 큰 관문이었다. 여기에 출판사마다 주는 신인상이 몇 번 쌓여 등단으로 간주되는 게 다였다가, 이런저런 문학상이 추가로 만들어지며 상을 통해 작가가 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장르 또한 시, 소설, 평론, 희곡, 동화 등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좀더 다양한 스토리텔링과 신규 콘텐츠들이 가세하면서, 미디어와의 연계가 관건이 되고 있다. 웹상에서는 웹툰, 웹소설, 컴퓨터게임, 일러스트 그래픽 등, 겉으론 조용해 보이지만 사실상 아주 치열한 웹 콘텐츠 관련 각축전이 매일 살벌하게 벌어지고 있고, 이에 질세라 방송사나 영화제작사 등 오프라인도 콘텐츠 싸움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드라마극본/ 시나리오 분야의 공모전이 연중 줄을 잇고, 그 속에서 굴지의 작가가 아니고서는, 예전처럼 한 번 딴 타이틀만으로 오래 버티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해 졌다. 콘텐츠 싸움에서 밀리면 바로 아웃이 되는 분위기다. 이를 반영하듯, 드라마 극본/시나리오 공모전 수상 조건에 일정 기간 '인턴작가'를 거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중간에라도 '아니다' 싶은 작가는 탈락의 아픔을 맛보아야 한다. 어찌 보면, 명예보다 콘텐츠 장사판 같은 느낌마저 들어 씁쓸하다.

 

 

현재 진행 중인 드라마극본/ 시나리오 공모전 중 굵직한 것은 KBS TV드라마 단막극 공모와 롯데 크리에이티브 공모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전, 서울 스토리 공모전 등이다. SBS, MBC, JTBC 등은 이미 올해의 공모전을 마감한 상태다. 각 공모전마다 공모 형식에 조금씩 차이가 있고, 대부분 글자 포인트나 정렬 등 세세한 부분까지 지시하고 있어 공모 형식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아래 사진은 JTBC 극본 공모시 탑재했던 원고 제출 요령이다. 대부분의 공모가 이처럼 파일명이나 글자 포인트, 줄 간격, 왼쪽 오른쪽 위 아래 여백 등에 관한 기준을 제시한다.

 

 

이번 달인 7월 25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는 KBS TV드라마 단막극 극본 공모 기간이다. 나는 단막극을 좋아한다. 단막극은 1회로 완결되는 60~70분물로, A4용지 기준 30~35매 정도의 원고 분량인데, 중장편 드라마에 비해 쌈박하면서도 여운이 강하다. 다음 회를 기다릴 필요도 없고 극이 끝나고 다음 씬을 상상할 필요도 없다. 그냥 보는 동안 갖게 되는 상상이 다다. 그런 이유로 한때 단막극이 인기몰이를 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요새는 단막극이 전반적으로 인기가 없다. 콘텐츠 소비자들은 점점 여운보다 명확한 결말을 원한다. 또 드라마에서 스토리 이외에 것들을 보여주길 바란다. 잔잔한 신변잡기식의 일상에도 가끔은 찬사를 보낸다. 주인공이 뭔가를 먹는 장면이 있다면, 주요 스토리에 관계 없이 그저 주인공의 먹는 모습에 몰입하고 싶어 한다. 주인공이 멋진 장신구를 하고 나오면 그것이 어디 건가에도 관심이 많다. 즉, 최근의 콘텐츠 소비자들은 자신이 시간을 들여 향유하는 콘텐츠에서 복합적인 결과를 얻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러니 PPL도 날로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콘텐츠가 상업성이나 흥행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다. 즉, 예전에는 극에만 몰두하면 되었던 것이, 이제는 좀더 복합적인 함수에 의해 굴러간다는 것이다.

 

 

작가가 되기 위해 글만 잘 쓰면 되던 시대는 갔다. 세상이 멀티를 요구하니 글에도 뭔가가 더해져야 비로소 좋은 작품이 나온다. 자신만의 독특한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현실적인 균형감을 잃지 않는 유연성도 필수다. 그러니 공모전서부터 의도적으로 까탈스런 형식을 제시하는 것일 수 있다. 정해진 조건에 맞춰 글을 쓰는 것도 글 쓰는 이의 능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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