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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보..

집값 잡으려 그린벨트 푸는 주택 정책

by 비르케 2018.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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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땅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공원 부지에 땅을 소유한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의 땅이 더 가치가 있을까? 두 사람 모두 서울 인근에 땅을 소유한 경우임을 전제한다. 

 

땅은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어왔고, 그린벨트와 공원은 '녹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계속되는 인구 유입으로 항상 집이 부족한 수도권의 경우, 이미 공원이 들어서버린 부지보다는 아직 가능성이 있는 그린벨트 쪽이 대개 투자자들의 환영을 받는다. 옥석을 가려내는 눈이 있는 사람이라 그린벨트 중에서도 어느 곳이 풀릴 가능성이 더 농후한지까지 가려낼 수도 있을 것이다.

 

수일 내에 집값 안정대책 발표가 예정된 가운데, 아직은 확인되지 않은 세부 사안들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집값 안정 대책의 핵심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 규제의 보완과 더불어, 양적 공급으로라도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다. 이로써 이미 수도권에 신규택지 공급 입장을 밝힌 바 있는 정부가, 그 목표량을 더욱 상향해 곳곳에 그린벨트까지 풀어가며 집을 짓겠다는 방침만큼은 확실해진 것 같다. 

 

정권이 바뀌고 주택 문제가 이슈가 될 때마다 그린벨트 해제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집이 부족하다면 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최대한 많이 공급하는 것이 가장 쉽고 간단한 조치다. 초등학생이라도 내놓을 수 있는 쉬운 해결책이다. 그러나 유구한 세월을 지켜온 숲을 해체해버리는 일이 그렇게 간단한 일인가, 정부 정책에 따른 국토부의 그린벨트 해제 요구에도 그린벨트가 쉽사리 해제되지 않은 데는 그간 시도지사의 비협조가 큰 몫을 했었다. 30만 규모 미만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은 시도지사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사정이 달라 보인다. 서울 중심가와 접근성이 좋고 택지를 대규모로 확보할 수 있는 수도권 내 그린벨트 해제는 이제 시간문제다.

 

인구가 수도권에 몰린다고 집을 마구 지어대던 시절이 있었다. 그그린벨트는 꼭 필요한 것으로 여겨 쉽사리 훼손하지 않았다. 그 대신 서울 외곽을 둘러싼 그린벨트 건너에다 택지를 조성해 인구 분산을 유도했었다. 택지가 없다는 이유로, 이리도 쉽게 그린벨트 해제를 집값 잡는 대안으로 제시하다니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현재 수도권 인구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서서히 닥칠 '인구 노령화'라는 복병은 결코 만만한 대상이 아니다. 한때 집이 없어서 신도시 개발에 주력했던 이웃나라 일본의 모습을 보면 미래에 어떤 결과로 남을지 충분히 상상이 가능하다. 집이 없어 공급에 주력하고, 그럼에도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급등했지만, 인구 노령화가 현실로 다가오고 생산인구 감소가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되자 집값에 대한 거품은 이내 사라졌다. 뒤이어 빈집이 속출하게 되었고, 이제는 도심회귀 현상을 보이고 있는 일본이다. 즉, 결과는 그린벨트를 훼손해 집을 공급해 봤자 오를 지역은 여전히 오르고, 시간이 지나고 인구가 감소하게 되면 도심에서 먼 집들부터 흉물로 방치된다는 점이다. 오래도록 지켜온 그린벨트를 해제해 얻는 대가 치고 정말 참담할 수 있다. 어차피 인구가 감소하면 도심회귀가 정답이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포스팅 한 적이 있는 마강래 교수의 지방도시 살생부에서도 저자는 이런 점을 우려해 "압축도시만이 살 길"이라 주장한다. 그간 도시 확대와 공급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도시 축소와 재생에 주력할 때인 것이다. 하물며 자동차 운전을 할 때도 바로 눈앞만 보고 운전하는 것이 위험천만한 일인데, 한 나라의 주택 문제 해법을 이리도 간단히 '공급'에다 맞춰버리다니, 시대착오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벌써부터 신규 택지 후보지 물망에 오른 지역에서는 기대심리로 인해 들썩임이 느껴진다. 미리 운을 띄우고 간을 보는 일, 간을 보려면 제대로 보길 기대한다. 한 번 사라지면 영원히 없어지는 것들에 대한 고민은 많이 하면 할수록 좋다.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그 해결책을 찾는 것이 그들의 책무다. 회색빛 도심에 그나마 활력을 주는 녹지는 최대한 보호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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