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 또 하루

방학 편의점 알바 시작한 아들

by 비르케 2018. 12. 31.
300x250

용돈을 받아도 별로 쓸 데가 없다고 무심한듯 말하곤 하던 아들이 대학생이 되고 나서 부쩍 씀씀이가 늘었다. 이번 방학만큼은 전공을 살려 과외라도 하겠다며 다부진 결심을 하더니만, 여행때문에 시간이 맞지 않다며 결국 편의점 알바를 선택했다.    

 

지나는 길에 살짝 보다가 이때다 싶어 기억으로 남기기 위해 얼른 사진 한 장을 건졌다. 포스기 앞에 서서 신참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이 참 낯설다. 점주께는 실례인줄 알면서도, 어릴 때부터 처음 배냇머리 깎을 때, 처음 자전거 타던 때, 처음 교복 입었던 때 등, 처음 모습을 살짝살짝 담아 저장하던 그 버릇이 나도 모르게 순간 발동했다. 다들 포스기 교육에 열중해 있던 참이었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최저 임금법에 따라 시간당 임금은 8,350원이다. 밤 시간 근무라서 수당이 더 붙어야 하지만, 그 이상은 주기 힘들다는 점주의 설명에 아들도 동의했다.

 

요새는 카드, 현금, 티머니 등 결제 수단도 다양하고, 가만보니 판매하는 담배 종류도 참 많다. 편의점에 따라 1+1 또는 2+1 상품을 하나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앱에 저장하는 편리한 기능도 있어서 이런 부분도 교육에 포함된다고 한다.

 

1~2인 가구 증가로 마트 대신 편의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니 점주들은 힘들겠지만,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어엿한 직장 역할까지 하는 곳이 요새 편의점인 듯 하다. 더군다나 지금 시즌은 수능을 마친 학생들까지 가세해 알바 구하기도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아들도 며칠 알바○○을 보고 전화를 하는가 하면 다시 한숨을 내쉬기도 하고... 그러다가 겨우 자리를 구했다. 대부분의 편의점이 3개월 이상의 근무 기간을 요구했던 이유에서다. 대학생들에게는 솔직히 쉽지 않은 조건이다.

 

그 즈음 아들이 내게 부탁을 한 적도 있었다. 갖고 싶은 물건이 있는데 알바는 구해지지 않으니, 우선 갖고 싶은 물건부터 사주면 나중에 바를 해서 꼭 갚겠다는 것이었다. 이 나이를 먹도록 쉽지 않은 일 중에 하나가 거절하는 일인데, 그 중에서도 자식의 첫 부탁을 거절하는 일이라 맘이 더 편치 않았다.

 

"알바를 해서 월급을 받고 나면 그땐 또 그 나름대로 쓸 데가 생기기 마련이야."

"돈을 모아서 뭔가를 사려고 해야지, 먼저 돈을 빌려서 사려고 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야."

"없으면 안 사는 게 맞아!"

 

내가 돈을 빌려주는 대신 아들에게 했던 말이다. 스스로 생각해도 참 꼰대같은 단호한 표현들이지만, 지금의 나는 자식도 중요하지만, 내 미래에 대해서도 미리부터 많은 생각을 하고 있기에 초장에 미리 선을 긋고 보자는 생각이 먼저 작용했던 것 같다.

 

많이 서운했을 아들이다. 나름 공부 꽤나 한다는 녀석이고, 등록금 이상의 비용이 오히려 학생에게 지원되는 대학에 다니다 보니 이점 저점 부모에게 더 많이 서운했을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 돈을 모으고 그 돈으로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사는 즐거움이란 이 세상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크나큰 경험일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또한 미래에 어떤 사람으로 사느냐에 관계없이, 어린 시절 겪은 각자의 경험이란 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이 되리라고도 생각한다. 아들 또한 그런 마음을 나중에라도 이해해 준다면 더 없이 고마울 일이다. 이왕 시작한 알바, 끝까지 무탈하게 잘 해냈으면 하는 바람을 한 해 끝자락에 조심조심 실어본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