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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여행.. 산책..

헤이안의 숨결, 교토 아라시야마

by 비르케 2019.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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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는 한 번 가고 말 도시가 아님을 처음부터 전제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애초에 이번 교토행은 아라시야마만 가고자 했기 때문이다. 아껴두었다가 언젠가 단풍이 곱게 질 무렵 다시 한 번 찾고 싶은 곳이 교토, 헤이안 시대 찬란한 문화가 꽃 피던 고도다.

 

일본에 막부 정권이 들어서기 이전, 다시 말해 무력 다툼의 전국시대가 열리기 전까지 일본의 중심은 교토였다. 막부 정권이 성쇄를 거듭하다가 마침내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이어 막판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의해 전국시대가 평정되면서 모든 권력의 중심은 지금의 도쿄, 당시의 '에도'로 이동했다. 그러나 교토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유적은 오랜 세월 문화의 중심이었던 도시의 유구함을 그대로 간직한 채 남아 있다.  

 

 

도게츠교(渡月橋). '달이 다리를 건넌다'는 뜻으로, 그만큼 밤에 보면 장관이 연출되는 곳이지만, 이른 아침에 피어오르는 안개 또한 밤풍경 못지 않은 명물이라고 한다. 아침도 밤도 아닌 어정쩡한 때 도게츠교 위에 서서, 볼에 와 닿는 겨울 찬 바람만 한참 쐬다 보니 좋은 계절에 다시 한 번 이곳에 서겠단 생각도 더 굳건해졌다.

 

 

벚꽃과 단풍의 명소 교토. 계절마다 새 옷을 갈아입을 아름다운 산도 지금은 모노톤의 내 모습과 어쩐지 흡사하다. 좋은 계절에는 꽃으로 단풍으로 한창 울긋불긋할 테지만, 그때는 지금 이곳을 지나는 사람의 두세 배, 아니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의 인파가 이 다리를 휩쓸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지금이 더 나은 건가 싶기도 하고...

 

 

 

도게츠교에서 한큐 아라시야마역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다리. 이곳에서 보는 풍경도 고즈넉하니 좋다. 한큐 열차를 이용해 오사카로 돌아가는 여정이라면 이 길을 따라 쭉 가면 역이 곧장 나온다. 한큐라인은 열차 장식부터 고풍스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아라시야마는 한큐 열차가 아니더라도 JR 전철을 이용해 갈 수도 있다. 한큐 열차와는 경로와 정차 역이 아예 다르다. JR 전철을 이용할 거라면 사가아라시야마역으로 가야 한다.

 

 

 

 

사람도 많지만 차들도 오가고 거리 곳곳에 인력거까지 수시로 지나다닌다. 인력거를 끄는 이들은 대부분 젊은 남자들로, 그냥 인력거만 끄는 게 아니라 작은 퍼포먼스도 하고 인력거에 탄 손님들에게 가이드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 잔소리도 한다.

 

 

치쿠린(竹林). 이곳은 영화 '게이샤의 추억'에 등장하는 곳이라는데, 영화를 보지 못해 상상만 해 보았다. 기세 좋게 하늘로 쭉쭉 뻗어오른 대나무 길을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혼자 조용히 걸었으면 좋으련만 치쿠린 역시 사람이 적을 때가 거의 없어서 적막함과는 거리가 멀다. 마침 신년이라 노노미야신사로 향하는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노노미야신사(野宮神社). 규모는 작지만 유서 깊은 신사다. 이곳에서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하여 수많은 이들이 찾는다 한다. 신년에 신사를 찾는 것은 일본인들의 오랜 관습이기도 하다.  

 

 

어릴 적에 흔히 건너다니던 철길인데, 요새 사람들은 이게 신기한가 보다. 중간에 서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꽤 많다. 실제로 열차가 오가서 위험할 수 있으므로 '사진 찍지 마세요'라는 경고까지 붙어 있지만, 관광객에게 그런 경고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듯 하다. 오늘 이 철길에 서 있음을 기록하고 싶은 사람이 하루에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이 도시 곳곳에서 소위 인생샷 하나를 건지려는 사람들의 분주한 몸짓이 이어진다.

 

그러고 보니 우리집 대딩도 저 터널이 배경에 제대로 안 나왔다고 셀카를 연달아 찍어대고 있었다. 철길의 묘미는 터널이었던 것이다. 때 맞춰 들려오는 거센 외침,

"No Photo~"

길을 가르며 질주하는 인력거 청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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