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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여행.. 산책..

노을을 뒤로 한 채 지나는 수인로

by 비르케 2019.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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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길을 지날 거라곤 전혀 생각지 못 했다. 영동고속도로를 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네비가 경로를 군포 쪽으로 잡았다. 여러 번 다니는 길이라 몇 번 다른 길로 돌아서 온 적은 있었지만, 군포로 안내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한참 차를 달려오다 보니, 어쩐지 눈에 익은 거리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주소를 보니 안산시 반월동이 찍힌다. 그제야 그곳이 수인산업도로임을 알게 되었다.

 

지나간 내 20대 한 자락에 이 거리가 있었다. 지금이야 안산에 터미널도 생기고 교통도 편리해졌지만, 그때는 쓰러져 가던 수원터미널까지 버스를 타고 갔다가 그곳에서 고향 가는 고속버스를 기다렸다 타곤 했었다. 수원 가던 길은 그래도 홀가분했지만, 고향에 갔다가 수원터미널에서 다시 안산 가는 버스를 탈 때면 다시 혼자라는 쓸쓸함과, 거절하지 못 하고 주섬주섬 매달고 온 먹거리 짐들이 내게 꼭 붙은 채로 무거운 다리를 더 무겁게 잡아끌곤 했다

 

 

신호가 걸릴 때마다 나도 모르게 셔터를 누르게 된다. 도로명도 그간 '수인산업도로'에서 '수인로'로 바뀌었나 보다.  

 

 

구운오거리... 재미있는 이름인데 여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이 길을 지나다닐 때는 황량한 벌판이 대부분이었으니, 이런 건물들이 있었을 리 없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건물들이 그리 낡지는 않다.

 

 

이 길도 기억이 난다. 딱 이 정도에서 양쪽으로 이렇게 멋진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뭐 하는 곳인지, 들어가는 입구에 문은 열려 있는데 어둑어둑해서 안쪽이 보이지는 않는다. 하늘로 뻗어오른 가녀린 나뭇가지에 노을이 걸려 있다.

 

 

뒤쪽으로 노을이 지는 모습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그쪽 어딘가 내가 살던 집도 있다. 서향이라 해 지는 모습이 유독 잘 보이는 집이었다.

 

 

수원역 근처에 도달했다. 오른쪽으로 수원역과 AK&수원점이 보인다. 세월이 흘러 수원역도 새로 지어졌고, 사진 왼쪽 길 구석데기 어딘가에 있던 다 쓰러져 가던 초라한 수원터미널은 이제 자취도 없이 사라져 아예 다른 동네에 가 있다.

 

언젠가 오늘 지났던 길을 다시 지나게 되었을 때, 그때도 그 오래 전 수인산업도로와 수원의 옛 모습을 지금처럼 자세히 떠올릴 수 있을까. 너무도 오랜 기억이라... 적어도 노을을 뒤로 한 채 지나던 오늘 이 날의 감흥은 그나마 좀 기억이 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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