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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노래.. 음악이야기..

마왕(Erlkönig), 스카이캐슬에 빛나는...

by 비르케 2019.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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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카이캐슬이 한창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아이를 명문대학에 보내려는 부모들의 과욕, 이를 이용해 아이와 학부모들을 휘어감고 결국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학습코디, 그리고 어른들에게 조정당하는 상처 받은 아이들의 모습까지, 대한민국 상위 1%들에게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를 20부작으로 잘 엮었다. 재미있다는 사람들이 많아 중간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아쉽게도 이제 한 편만을 남기고 있다. 

 

드라마 중간중간에 학습코디 김주영이 부모들과 아이들을 손아귀에 넣고 온갖 모략을 일삼는 부분에서 슈베르트의 '마왕'이 배경음악으로 깔린다. 오랜만에 듣는 음악이라 처음에는 반갑기도 했으나, 드라마의 곡선에 그다지 어울리는 곡은 아니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용상 다분히 의도적으로 삽입한 곡으로'마왕'의 가사와 매치되는 부분이 있으니 그런 의미에서라면 적당한 선곡이라 할 수도 있겠다.

 

아버지의 품에 꼭 안긴 채 말을 타고 가는 아이에게 마왕이 따라붙는다. 그리고는 온갖 달콤한 말로, 함께 가자고 아이를 꼬신다.

 

자신을 믿고 따라오면 서울대 의대에 갈 수 있게 해주겠노라는 말로 학부모와 학생들의 눈과 귀를 흐리게 만든 김주영의 모습과 겹친다.

 

아이는 마왕이 두려운 나머지 아버지의 품 속으로 더 파고들지만, 아버지 눈에는 마왕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는 아이가 보는 것을 보지 못 한 채, 떨고 있는 아이를 그저 달래기만 한다. 안개일 뿐이라고, 오래된 버드나무라고, 마른 잎들이 나부끼는 소리라고...

 

포기할 수 없다고, 꼭 3대째 의사가 나와야 한다고 아이를 몰아세우는 부모의 눈에는, 내 아이의 방황도, 타인의 불행도, 정의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목표만 있을 뿐이다.

 

결국 아버지 품에서 두려움에 떨던 아이는 마왕에게 영혼을 빼앗기고 만다. 독일의 대문호인 괴테의 시에 슈베르트가 곡을 붙인 이 작품은, 원래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주고자 하는 메시지와는 전혀 상관 없는 모티브다. 작가의 의도를 찾기 보다는 당시에 그런 형태의 모티브들이 많았다. 해석은 이번 드라마처럼도, 다른 형태로도,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하게 할 수 있다. 그게 고전의 묘미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보고 있는 마왕의 실체를 바로 보지 못 한 아버지에게 화살이 돌아가는 식의 해석 하나만 받아들임은 많이 불편하다는 이야기다. 그런 식으로 보자면, 다른 가곡 '로렐라이'도 운전하면서 다른 데를 보지 말라는 식의 어거지 해석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개인마다 해석은 달라야 하고,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그것이 고전의 묘미이다.

 

드라마 속 마지막 이야기는 '마왕'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 것 같다. 아이의 죽음과 파멸이 아닌, 문제 해결과 화합의 실마리가 하나씩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아직 한 편이 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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