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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노래.. 음악이야기..

한 편의 영화같은 음악, Falco의 ' Jeanny '

by 비르케 2019.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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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서 립스틱을 사고 있는 19세 소녀를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 진한 빨간색 립스틱을 바른 그 소녀는 이내 그에게 납치되고야 만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지니, 이리와, 어서! (Jeanny, komm, come on)", 이렇게 시작하는 이 노래는 팔코(Falco)의 ' 지니(Jeanny) '란 곡이다.

 

"아주빨갛게 입술을 바른 네가 말했지, "날 건드리지마!". 하지만 난 느꼈어, 눈은 말보다 더 많은 걸 의미하거든. 너도 내가 필요한 거잖아, 안 그래? (Zuviel rot auf deinen Lippen und du hast gesagt: "Mach mich nicht an." Aber du warst durchschaut, Augen sagen mehr als Worte. Du brauchst mich doch, hmh?)"

 

이쯤 되면 이 곡이 어떤 노래인지 감이 온다. 이른바 범죄를 저지르는 사이코패스에 관한 노래인 것이다. 한 소녀가 납치를 당해 목숨을 잃게 되는 스토리도 끔찍하지만, 절규듯 외치는 팔코의 가창력과 연기도 소름이 돋는다. 곡의 중간에 경찰의 사이렌 소리와 함께, 미성년자 실종 사건을 보도하는 뉴스플래시까지 삽입되어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뉴스 속보입니다. 지난 몇 달간 실종자 수가 놀랄 만큼 증가했습니다. 지역 경찰당국의 최근 자료에는 또 하나의 비극적인 상황이 보도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14일 전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이고 사라진 19세 소녀에 관한 것입니다. 경찰은 이 사건이 범죄와 연관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Newsflash: In den letzten Monaten ist die Zahl der vermißten Personen dramatisch angestiegen. Die jüngste Veröffentlichung der lokalen Polizeibehörde berichtet von einem weiteren tragischen Fall. Es handelt sich um ein neunzehnjähriges Mädchen, das zuletzt vor vierzehn Tagen gesehen wurde. Die Polizei schließt die Möglichkeit nicht aus, dass es sich hier um ein Verbrechen handelt.)

 

"완전히 젖어있구나", "이 숲에서 나가야 해", "신발 한 짝은 어디 있어? 잃어버렸어?"

땀과 눈물에 젖어 신발까지 벗겨진 채로 끌려가는 소녀의 모습이 눈에 보이듯 생생해지는 대목이다.

 

이 곡이 나오고 수많은 지역의 방송국들이 곡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했고, 팔코에 대한 맹비난도 이어졌다. 팔코는 오스트리아 빈 태생이지만, 오스트리아도 같은 독일어 권역이기에 논란은 주로 독일 방송국에서 빚어졌다. 하지만 그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서 22주 연속, 오스트리아에서 17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곡이 나온 건 1980년대인데, 아직까지도 라디오에서든 어디서든 이 곡이 간간이 흘러나오고, 들을 때마다 어떤 '끌림' 같은 게 느껴진다. 어릴 적부터 음악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던 팔코의 천재성은 시대를 초월해서 여전히 빛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모친의 태내에서 세쌍둥이로 생겨났다가 나머지 두 형제를 잃고 혼자 태어났다. 그리고 다른 형제들의 몫을 대신하기라도 하듯 유명한 뮤지션이 되었다. 특히 그의 3집 앨범에 있는 [ Rock me Amadeus ]는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유일한 독일어권 노래'란 영광을 오래도록 지켜내고 있다. 

 

1998년 2월, 주차장에서 나오다가 버스와 부딪쳐 그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리고 그가 죽고 난 후 그의 유작 앨범 [ Out of the Dark ]이 발표되었다. 그 곡 또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한 편의 영화같은 음악 ' Jeanny '는 사실 팔코가 공들인 연작이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그가 꿈꾸던 일종의 판타지를 자신이 주연인 연작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영상의 후반부를 보면 정신병원에 갇혀서까지도 자신이 살해한 소녀와의 판타지에서 헤어나지 못 한 채 울부짖는 사이코패스의 모습이 그려진다. 모티브 자체가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큰데, 그럼에도 그의 음악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파워풀하고 호소력 짙은 그의 가창력이 원천이 아닐까 생각된다. 누가 들어도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성임엔 틀림없다.

 

Out of the Dark

 

Rock me Amadeus

 

 

1957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출생.

본명은 요한 홀첼(Johann Holzel)

비엔나 음악학교 졸업

서독으로 이주

재즈록 밴드 활동으로 대중음악 전환

 다시 비엔나로 돌아옴

1982년부터 솔로활동

3집 Rock me Amadeus 미국/영국 차트 1위

1996년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이주

1998년 2월 6일 자동차 사고로 사망

유작 8집 Out of the Dark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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