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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여행.. 산책..

3대째 이어오는 하남 마방집

by 비르케 2019.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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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에 갔다가 점심이나 먹을까 하고 주변 맛집을 검색하니 '마방집'이라는 곳이 떴다. 이름이 특이해서 검색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방은 마구간 또는 마구간을 갖춘 주막을 지칭한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메밀꽃 필 무렵'에서도 허생원이 나귀를 데리고 하룻밤 묵던 대목에 '마방'이란 단어가 있었다. 어떤 곳인지 얼른 가보고 싶은 마음에 수많은 맛집의 유혹을 뿌리치고 마방집으로 향했다. 아마도 오래된 작은 식당이 아닐까 상상하면서..

뜻밖에 기와로 단장되어 있는 '마방집'

 

입구에 세워진 마방집 입간판

 

마방집 입구

 

안채로 들어가는 입구

마방집은 1920년경 주막의 형태로 개업하여 현재 3대째에 걸쳐 운영 중이다. 한국전쟁 때 파손되어 개축되었으며 '향토지적재산'으로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옛것을 지키려 노력하는 '대물림 향토음식 전문점'이라고 하니 역사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저절로 숙연해졌다. 실내의 모습도 고풍스럽고 한쪽 벽면을 메운 현판이나 증서들의 모습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 주었다.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가업을 이어나가기가 쉽지만는 않았을 텐데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들고, 3대째 이어져온 이 식당의 음식 맛은 어떨까 내심 기대가 되었다.

실내에서 밖을 본 보습

작은 방에 자리를 잡았다. 흙집의 가라앉은 톤 때문인지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한결 눈부시다. 벽에 배인 땟자국만 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다녀갔는지 알 수가 있다.

'마방'이란 글씨가 써진 민속화가 걸려 있다. 아마도 편자(말발굽)를 가는 모습 같은데, 정말 저렇게 요란하게 갈았을까 싶다. 저런 식으로 말의 다리를 묶어서 편자를 갈다가는 사람이든 말이든 오히려 크게 다칠 것 같은데, 어쨌든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재미있는 그림이다.

방 한쪽에는 메뉴판이 유리 액자에 표구되어 있다. 뭘 먹을까 하다가 한정식과 굴비구이를 시켰다. 보김치는 보쌈김치가 아닐까 싶은데, 김치가 메뉴에 따로 있는 게 특이하다.

마방집 한정식

드디어 음식이 나왔다. 그런데 좀 뜻밖이었다. 어쨌든 한정식인데 2인 상이 상당히 단출하다. 하다못해 젓갈 같은 반찬 하나 없이 조막만한 종지에 순전히 나물뿐이다. 굴비구이를 따로 안 시켰더라면 어쨌을까 싶었다. 밥이 따로 나오고 비벼서 먹으려면 비벼 먹으라고 양푼도 가져다주었는데, 양푼에 담겨있는 나물의 모습도 어째 어정쩡하다. 음식이 담긴 모양만 봐도 '100년 가까운 가업'이란 사실이 무색해 보인다.

바로 앞에 다원도 보인다

최근에 하남에 갈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하남은 맛집이 꽤 많다. 더군다나 그 맛집들은 그냥 맛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 속에 '미사리'의 추억과 함께 한다.

세월이 흐른 만큼 풍경도 바뀌고 사람도 바뀌니 손맛도 바뀌어 가겠지만, 이 정도 오랜 세월 가업을 잇고 있는 곳은 오래 그 자리를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음식을 먹기 위해 들르게 되는 식당이지만 때로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음식 이상의 어떤 기대 내지는 기억으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방집도 3대째 가업을 잇는 훌륭한 식당임에 자긍심을 가지고 조금만 더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내내 떠나지 않는다. 국내외 방송국에 오랜 세월 앞다퉈 소개되기도 했던 맛집이라니, 아마도 세대교체나 다른 이유 등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 거라 한편으로 그렇게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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