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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사진 한 장 또 한 장17

달을 보며 며칠 전 새벽에 유난히도 밝은 달을 보았다. 언젠가 신문에서 신윤복의 그림 '월하정인'을 분석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사진 속에는 양반으로 보이는 한 남자와 쓰개치마를 둘러쓴 한 여인이 보인다. 그리고 그림 속에는 문장이 함께 들어 있다. 달을 보며 달빛 어두운 밤 삼경에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이 안다 (月沈沈夜三更,兩人心事兩人知) 김명원의 한시(窓外三更細雨時, 兩人心事兩人知 歡情未洽天將曉, 更把羅衫問後期)에서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 문장에는 '삼경'이라는 표현이 보인다. 삼경은 모두가 잠든 깊은 밤을 의미한다. 이조년의 시조에서도 '은한이 삼경인제'라는 표현으로 등장하는 단어다. 그런데 삼경의 시간쯤에는 이러한 모양의 달을 볼 수가 없다고 한다. 그 신문 칼럼에 따르면, 과학적인 분석에 의해.. 2023. 9. 5.
고니 보러 갔다가 허탕친 날, 당정뜰 저녁 산책 팔당대교 아래 산곡천과 만나는 모래톱 인근은 겨울이 되면 철새들로 붐빈다.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고니다. 크고 흰 자태를 뽐내며 끼룩거리는 소리들로 겨울 풍경의 한 자락을 채워주었는데, 어느 순간 봄인가 싶더니 벌써 떠나고 없다. 고니 보러 갔다가 허탕친 날, 당정뜰 저녁 산책 미세먼지가 오래 이어져 한동안 산책을 못 나왔다. 어느새 산수유도 피고 봄인가 싶어 팔당대교 인근까지 무작정 걸어보았다. 이쯤 오면 고니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어째 조용하니 뭔가 낯설다. 아차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설마 벌써 갔을까 애써 부정해 본다. 늦었다. 갑자기 오래된 노래 한 소절이 떠오른다. "갈 때는 말없이 떠나가세요. 날 울리지 말아요." 아니, 이게 아닌데... 그 반대로, 갈 때는 말이라도 하고 가.. 2023. 3. 14.
첫눈 내린 날 쓰는 일기 첫눈이 내린 날이었다. 날씨 알림에 -11º 가 찍혀 있던 아침, 이런 날 아들은 친구들과 놀이공원에 갔다. 패딩도 안 입고, 있는멋 없은멋 다 내고 놀러 간 아들, 참 좋은 때다. 첫눈 내린 날 쓰는 일기 올해 첫눈은 예쁘게도 내린다. 첫눈은 의례 여물지 못한 성긴 눈으로 내리는데, 올해는 함박눈이다. 기온도 많이 낮아서 눈이 내려도 질펀하게 흘러내리지 않고 바닥에 곱게 눌러앉는다. 토요일 오후의 눈이라 더 멋지다. 이런 날은 누구를 만나더라도 특별한 하루가 될 것만 같다. 얇게 입고 나가 걱정이 돼서 '안 춥냐'고 물었더니 아들이 동영상을 보내줬다. 무섭기로 악명높은 T익스프레스다. 몇 장 캡처해서 GIF를 만들어 보았다. 열심히 잘 놀고 있다. 따뜻한 패딩을 입은 사람은 아들 앞에 앉은 사람이다. .. 2021. 12. 18.
하남 당정뜰 저녁 산책, 밤하늘 풍경과 나 저물녘 당정뜰에 산책을 나갔다. 해가 짧아지니, 나온 지 얼마 안 돼 금세 어둑어둑해진다. 지는 노을도, 달과 별들이 어우러진 밤하늘 풍경도, 쌩하니 놓이는 겨울바람도 만났다. 조금만 도심을 벗어나도 이제껏 보던 것과는 사뭇 다른 빛을 보게 된다. 하남 당정뜰 저녁 산책, 밤하늘 풍경과 나 요새는 계절이 온 지 모르게 금세 간다. 2년째 이어지는 코로나 시국에 어쩌면, '시간아 가라, 어서 가라' 하며 사는 듯 느껴질 때가 있다. 시간에는 물리적 시간이 있고 마음의 시간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마음의 시간이 빨라진다고도 한다. 한번 내달리기 시작하니 잔인하게 가속도가 붙는 시간들, 그럼에도 허허로이 사라져 가는 시간들. 하얀 솜털을 매단 채 허공에 하늘하늘 흔들리던 억새도 저무는 계절, ".. 2021. 12. 11.
늦가을 산책로에서 집 근처에 산책할 만한 곳이 몇 군데 있다. 그중에 하남풍산역 인근 작은 공원에 나가보았다. 가을 단풍을 즐기기엔 좀 늦었지만, 그래도 제법 볼 만하다. 늦가을 산책로에서 사계절을 느끼며 산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가을이 뉘엿뉘엿 가고 있지만, 지금 이 때도 참 좋다. 다른 도로에 비해 차가 자주 안 다니고, 바로 옆으로 소공원도 있어서 바람 쐬러 간혹 이곳을 찾게 된다. 다니면서도 공원이 특별히 예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가을이 되니 이곳도 제법 아기자기하다. 아파트와 단독주택이 서로 어우러져 있는 동네, 예쁜 집들도 자주 눈에 띄지만 개인 소유의 주택들이기 때문에 사진은 찍지 않고 구경만 했다. 오른쪽 건너로 작은 호수가 보이는 이 골목에는 나뭇잎들이 많이 떨어져 가을 정취가 물씬 난다. 낙엽이.. 2021.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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