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스페인에 다녀온 분이 후추를 선물했다.
뚜껑 부분에 그라인더가 달린 통후추다.
그때까지 후추는 직육면체 금속통에 담긴 것만 써도 충분했었다.
그런 내게 통후추의 향미는 또 다른 신세계를 알려주었다.
그런 완소 후추였거늘, 유통기한이 1월까지였다.
후추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라인더에 문제가 생겨버려서 이제 보낼 때가 되었다.
문화란 위로 흐르지 하향이란 어려운 것이던가..
가루 후추는 이제 다시는 사고 싶지 않아 졌다.
마트에서 후추가 진열된 매대를 훑어본다.
시중에 나와 있는 후추가 이렇게 다양한지 처음 알았다.
그라인더가 달린 후추가 이렇게 흔한지도 처음 알았다.
나의 '완소'는 진짜 완소가 아니었던 것.
그 옆을 보니 소금병에도 그라인더가 달린 게 있다.
히말라야 핑크솔트가 유행인지 요새 눈에 많이 띈다.
양념도 대충 먹지 않는 시대인가.
왼쪽이 선물 받은 스페인 후추, 오른쪽이 마트에서 구매한 국내 상표 후추다.
둘 다 흑후추인데, 왼쪽 후추는 그라인더에 갈 때마다 닳아서 껍데기가 많이 벗겨져 있다.
후추 원산지는 둘 다 베트남이다.
두 후추통 모두 그라인더가 달려 있다.
헤드 부분을 아래로 향한 채, 헤드와 몸체를 각각 양손으로 잡고 비틀듯이 돌리는 구조다.
뚜껑을 열고 그라인더를 비교해보니 이렇게 생겼다.
왼쪽 스페인에서 지인이 산 후추는, 갈리다 갈리다 작아진 후추들이 저 구멍으로 마구 쏟아져 버린다.
아무리 후추 향이 좋다기로서니 저 정도 알갱이가 입안에서 사그락 거리는 건 좀 그렇다.
옆에는 청정원 제품인데, 그라인더가 확실히 더 야무지다.
한 때는 비싸서 아무나 못 먹었다는 후추,
입맛을 사로잡는, 한 번 사면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향신료기에,
살 때 조금 더 주고라도 통후추를 구매하는 걸 추천한다.
음식의 향미를 살리는 것도 그렇지만, 의외로 그라인더를 돌리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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