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갔다가 모과를 담아왔습니다. 예전에 모르고 여러 개를 샀다가 손에 물집이 잡히고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딱 세 개만 샀어요. 푸릇푸릇한 걸 거실에 며칠 두었다가 모과청을 담아보았네요.
목에 좋은 모과 향기 좋은 모과청 만들기
모과를 보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 이렇게 묵직한 과일이 나무에 달린다는 점. 수박이나 멜론처럼 무겁고 큰 과일들은 주로 땅과 가깝게 열매를 맺는데, 모과만은 돌덩이 같은 게 나무에서 열리죠. 마치 "나 좀 봐봐"하는 듯 초록초록, 노랑노랑 색으로요.
대학 때 전통찻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과차를 처음 접했습니다. 목에 넘어가는 맛은 달면서도 살짝 걸걸하지만, 분위기를 압도하는 그 향기에 푹 빠져 집에서도 마셔보자 생각하며 모과를 여러 개 샀다가 당시에 학을 뗀 경험이 있어요. 잘 안 드는 칼로는 절대 자를 수 없는 딱딱한 과실인 거죠. 어떤 날카로운 부리를 가진 새라도 모과를 뚫고 과즙맛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모과의 껍질은 끈적끈적한 것이, 마치 인공적으로 파라핀이나 왁스를 발라놓은 것 같지만, 사실은 모과 스스로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성분이라 해롭지 않아요. 베이킹파우더를 뿌려서 표면을 깨끗이 닦은 후 물로 충분히 헹궈주었습니다. 씻어도 끈적거림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문지를수록 향은 더 진하게 느껴져요.
모과 세 개 중 하나(사진 왼쪽)는 아깝게도 썩어있네요. 썩어도 물러지지 않고 딱딱함은 그대로입니다. 모과 한가운데를 자르고 다시 여러 조각으로 잘라냅니다. 씨가 빼곡하게 박혀 있어서 씨 부분이 특히 단단해요. 씨는 잘 제거해 줍니다.
모과 과육을 얇게 잘라주었어요. 그대로 얇게 잘라도 되고 채를 썰어도 되는데, 저는 되는대로 채도 썰었다가 그냥 얇게 잘랐다가 맘대로 썰어보았습니다. 잘 익은 모과의 노란 빛깔이 참 예쁘네요.
자른 모과를 큰 볼에 넣어 설탕을 골고루 뿌려주었어요. 모과는 수분이 많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설탕에 버무리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세 개를 다 했더라면 딱 맞았을 유리병인데 하나가 썩어서 아깝네요. 위쪽에다 설탕을 뿌려 덮어주었어요.
하루 지난 모과청입니다. 전날의 유리병이 너무 커서 작은 병에 옮겨담았어요. 색깔도 제법 예쁘게 변했고 달달한 향기도 진하게 느껴집니다.
모과는 성질이 따뜻한 편이라 겨울철 차로 제격입니다. 원래 한약재로도 쓰였는데, 근육통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해요. 비타민C가 풍부해 피부에도 좋으니 긴긴 겨울날 모과차로 건강도 지키고 방안을 좋은 향기로 채워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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