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하는 놀이기구들은 사람들에게 희열을 준다. 돌아서 다시 제자리로 오는 일인데도, 어차피 돌아올 거라고 한 번도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있었던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게 같다면 인생도 안 태어난 것과 같았을 것이다. 가만 보면, 태어나 성장하고 저마다의 경험을 한 다음, 어느 정도 시점에 이르러 다시 본연의 위치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윤회를 믿지도 않지만 굳이 논외로 하자면, 인생은 한 번 뿐이고 놀이기구가 돌아가는 일보다 훨씬 다채롭고 진지하다.
서울대공원 월드컵이라는 놀이기구다. 빙글빙글 도는 것만으로도 부족해, 전체 돌아가는 판이 다시 돈다. 구심점이 여러 개인 것이다. 사람들은 그냥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부족해, 더 많이, 더 재밌게 돌려주기를 바란다.
이런 화려한 놀이기구는 아니지만...
어느 아파트 단지 놀이터를 지나다가 '뺑뺑이'라 불리는 회전 놀이기구가 돌고 있는 것을 보았다. 놀이기구 위에 앉아 있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할머니들이셨다.
5월의 봄볕이 따스해 볕쬐러 나오셨다가 친구분들이랑 애들 없는 놀이터에서 회전 놀이기구를 타며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할머니들은 누가 먼저다 할 것 없이 회전 놀이기구가 멈추면 발짓에 무게를 실어 다시 돌리는 일을 반복했다.
마침 그쪽 방향으로 지나가느라 멀찍이서부터 할머니들을 향해 다가가던 중이었는데, 어르신들께 죄송한 표현이긴 해도, 따스한 볕에 옹기종이 모여 앉아 계시는 모습이 꼭 참새처럼 귀엽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집 애들이 어렸을 적에 집 주변에도 회전 놀이기구가 있었다. 큰애가 작은애를 의자에 앉힌 다음, 신나게 회전 놀이기구를 돌려주었다. 그리고는 있는 힘껏 밀어서 최고속도를 내놓은 회전 놀이기구에 날렵하게 올라타는 걸로 이 놀이의 한 템포가 끝나곤 했다. 그 힘든 일을 하느라 놀이기구 주변의 흙이 파이고 또 파였지만, 그럼에도 한번 또 한번, 계속 돌릴 수 있는 힘을 주던 즐거운 회전 놀이기구였다.
아이들의 신나고 힘찬 발짓만큼은 아니지만, 오손도손 앉아 놀이기구를 함께 돌리는 할머니들의 발짓도 매우 흥에 겨워 보였다. 그런 할머니들의 모습이 보기 좋아서 바라보며 걷는데, 아이들 놀이터를 본인들이 차지하고 있어서 미안해하시는 것인지 눈치를 보시는 것 같다. 어차피 요새 아이들은 시시해서 타지도 않는 한물 간 놀이기구니까 맘 놓고 타셔도 되는데, 그런 말을 꺼내기도 그렇고 그냥 웃으며 지나쳤다.
할머니들의 즐거움이 마스크 속에서 미소로 빛나고, 그런 할머니들의 모습이 재밌어서 나도 마스크 속에서 웃는다. 서로의 미소가 안 보이니 조금 아쉽긴 하다. 할머니들에게는 어쩌면 놀이공원 그 어떤 놀이기구보다 더한 즐거움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을 한 바퀴 돌아 본연으로 가는 길에 먼저 온 이가 빈 자리에 좀 앉았다 간들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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