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또 하루../마음을 담아
눈 오는 날 산장에서
비르케
2025. 2. 2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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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 산장에서
바람이 눈과 만나기로 한 날
깊은 골짜기를 서슴없이 달려온 바람은
예정보다 빨리 산 아래 그늘로 들어섰다
우우웅 우우웅
산장을 휘감으며
푸르게 서 있던 잣나무 사이를 오가던 중에
이윽고 희뿌연 안개를 데리고 눈이 몰려온다
반가울세라 한바탕 뒤엉키며
바람이 히잉~
말처럼 신음을 뱉는다
잣나무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고
눈보라 휘감으며 창을 두드리는데
텁텁한 공기를 탓하는 한 마디에
후끈한 아랫목을 나와
베란다로 나가는 미닫이를 밀어 본다
헤이안 시대 어느 궁녀는
향로봉의 눈은 어떠한가 묻는 중궁의 한 마디에
눈치 빠르게
창에 드리워진 발을 걷어올렸다더라
백거이의 시를 떠올려
밖을 보고 싶은 중궁의 말에 화답한 것이나
어쩌면 화로 앞 훈훈하면서도 답답한 공기에
바깥을 내다보고 싶은 그 마음을 헤아린 것인지도
찰찰찰
바닥에 바퀴가 달린 오래된 미닫이가 구른다
오래된 기억 한 자락 건드린 채
후텁한 공기가 바람 속으로 급히 스민다
저벅저벅
처마밑 물받이를 밟고 밀려들어오는 소리
들썩들썩
홈통을 흔들며 포효하는 소리
우는 소리를 내던 바람이
쓰윽 고개를 돌려 방 안 깊숙이 들어온다
백거이처럼 나도 베개 돋고 누워
병풍처럼 둘러싼 설산에
가만가만 눈이 내리는 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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