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에서 만난 메꽃, 드라마 메꽃 평일 오후 3시의 연인들
며칠 전 길을 걷다가 풀숲 사이에 작고 고요한 분홍꽃 한 송이가 피어 있는 걸 보았어요. 가는 줄기를 타고 올라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 메꽃이었습니다.
그 순간, 오래전 봤던 한 드라마가 떠올랐어요. 사실 메꽃이 어떤 꽃인가 찾아보게 된 것도 당시에 그 드라마 때문이었어요. 처음에는 드라마 제목이 특이해서 보게 됐죠. 그런데 보면서 가슴 한편에 자꾸만 아련함이 남더라고요.
메꽃 평일 오후 3시의 연인들
제작 채널: 후지테레비 (2014년)
방송 횟수: 11부작
출연: 우에토 아야(사와 역), 키치세 미치코(리카코 역), 사이토 타쿠미(유이치로 역), 키타무라 카즈키(오사무 역) 등
아이 없이 단둘이 사는 일상인데, 그녀의 남편은 자꾸만 그녀를 '마마(엄마)'라는 호칭으로 불러요. 예전 분들이 남편을 '아빠'라고 부르던 때가 있었잖아요. 그런 호칭도 지금은 좀 거북스럽지만, '엄마'는 더 닭살 돋잖아요.
아이 대신 햄스터를 키우고 있는데, 두 사람이 햄스터의 엄마아빠인 셈이죠. 남편과 대화도 애정도 없이 살아가는 일상, 웃고 있지만 왠지 쓸쓸한 사와의 표정.
평범한 주부인 사와에게 어느 날 운명이 찾아옵니다. 고등학교 생물 선생인 키타노 유이치로와의 만남을 통해서였어요. 더군다나 이웃 친구로 가까워진 리카코와 만나게 되면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죠.
그녀는 유이치로와 조심스러운 관계를 시작합니다. 둘의 만남은 언제나 ‘평일 오후 3시’, 가족들이 없는 틈새 같은 시간에만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지게 된 거죠. 햇살 아래 고요히 피었다가 어둠이 오기 전 시드는 메꽃처럼요.
이 관계는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었습니다. 결국 파국이 찾아오죠. 모든 진실이 드러난 뒤, 사와는 친구도, 남편도, 삶의 기반도 잃고 사랑하는 사람 유이치로와도 결국 이별하며 홀로 떠나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11편으로 구성된 드라마의 내용이었습니다.
영화 - 메꽃: 평일 오후 3시의 연인들
드라마가 끝난 지 3년 후인 2017년, 그들의 이야기가 다시 이어집니다. 영화 <메꽃: 평일 오후 3시의 연인들>을 통해서였죠.
영화는 운명처럼 재회한 사와와 유이치로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됩니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다시 사랑의 불길 속으로 빠져듭니다. 이전보다 더 진지하고 평화로운 사랑을 나누는 듯 보이지만 또다시 현실과 부딪히게 되죠.
유이치로의 아내였던 노리코는 유이치로를 절대로 빼앗기고 싶지 않았어요. 그녀의 질투와 원망으로 유이치로는 결국 사망하게 되고 사와는 결국 혼자 남게 되요. 짧았지만 뜨겁게 피어났던 사랑의 유일한 증표인 아이를 위해 사와는 살아갈 힘을 내며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 왜 제목이 ‘메꽃’일까? 🌸
‘메꽃(히루가오, 昼顔)’은 일본어로 ‘낮의 얼굴’, 즉 낮에만 피었다가 해가 지면 시드는 꽃이라고 해요. 짧은 시간 동안 조용히 존재하다 사라지는 이 꽃의 특성이 드라마 속 불륜이라는 소재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셈이죠..
밤의 어둠이 아니라,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평일 한낮. 그 시간에만 존재했던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을 통해 자신을 되찾고 싶었던 사람들. 그 모든 감정의 메타포가 바로 이 '메꽃'이었던 것입니다.
🌸 메꽃, 알고 보니 우리 곁에 있는 꽃 🌸
개화 시기: 6~9월
서식지: 들판, 밭두렁, 정원 울타리 등
생김새: 흰색이나 연분홍의 나팔꽃 모양. 얇고 투명한 꽃잎
특성: 덩굴성 식물로 다른 식물이나 구조물에 감기며 자람. 번식력 강함
🌸 메꽃의 꽃말 🌸
덧없는 사랑
사랑의 속박
의존
재회
🌸 정리 🌸
길가에 핀 메꽃을 보고 반가웠어요. 실제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평생에 한번 만날까 말까 한 좋은 인연을 만난 적 있으신가요? 만나고도 별 것 아닌 이유로, 오해로, 자존심 내세우느라 지나쳐버리시진 않았나요? 메꽃을 만나고 이 드라마를 떠올리니 그런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또 만나보고 싶어 집니다. 벌레에 심취된 남자와의 여름날 끈적끈적한 사랑이야기 재미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