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또 하루..
쿠겔호프, 무, 그리고 바람의 집
비르케
2021. 1. 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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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어릴 적 크리스마스에 먹던 쿠겔호프.
지난 크리스마스에 제과점에 갔다가 구매해봤다.
그런데 한 입씩 잘라서 먹고 나서 그대로다.
추억 때문에 이 정도라도 입에 넣은 듯하다.
추억 한 입.
예전 서양에서는 긴긴 겨울밤을 보내기 위해 이런 달달한 것들이 필요했다고 한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겨울밤에 엄마가 고구마나 무를 깎아주시곤 했다.
생 고구마도 맛있지만, 무도 단맛이 강한 건 정말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연둣빛 무청을 깎아 어린 자식들 손에 들려주고, 엄마는 흰 부분을 잘라 드셨다.
"다각다각, 아삭아삭..."
그렇게 맛있게 넘어가던 무를 요새는 거의 먹어보지 못했다.
먹어본들 예전의 그 맛과 같을까마는.
먹다 둔 쿠겔호프를 한 번 먹을 분량씩 잘랐다.
그대로 두면 분명히 자르기 싫어 안 먹을 게 빤하다.
잘라놓고 보니 생각보다 내용물이 충실하다.
자르면서 다시, 추억 한 입.
지난 크리스마스에 남긴 쿠겔 호프를 맛보며, 어린 시절 먹던 무도 떠올려본다.
그리고 이내 기형도의 시, 바람의 집 한 소절이 떠오른다.
아이를 무릎에 뉘고, 무를 깎아주던 어머니.
바람 소리에 무서워하는 아들에게 어머니가 말한다.
"네가 크면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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