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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학4

페이샹, 이벤, 그리고 렌 그녀의 이름은 '伊文'이었다. 독일에 두 번째 가서 얼마 지나지 않아 타이완 출신 그녀를 알게 되었다. 열다섯 살에 고향을 떠나 오스트리아 빈(Wien)에서 살다가 내가 있던 도시로 공부를 하러 온 음대생이었다. 그녀와 어떻게 만났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당시의 나는 '페이샹'이라는 예전 친구를 많이 그리워했기에, 같은 동양인 여자애들에게 선뜻 먼저 다가가곤 했었다. '伊文'이란 자신의 이름을 두고, '네 이름을 한국에선 '이문'으로 발음한다'고 했더니, '이문'이든 '이벤'이든 발음이 되는 대로 아무렇게나 편하게 불러도 좋다고 말했다. 자기는 '패트릭'이 아니라, '빠뜨릭'이라 강조하던 어떤 애가 마침 떠올라, '이게 동양식 관대함이야.' 하며 웃었던 기억도 난다. 동양인들끼리는 일종의 '이심전심'.. 2018. 8. 25.
프라이부르크에서 만난 그녀들-2 프라이부르크에서 만난 그녀들-2. 오늘의 주인공은 당시 내가 살던 곳의 '아담'이라는 이름을 가진 집주인이다. 그녀는 이혼한 여자로, 따로 수입이 없는 주부다 보니 주변 어학원에 등록한 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숙을 치고 있었다. 프랑스 공항에서 처음 그녀와 통화했을 때의 그 막막감은 사는 동안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눈치가 없었던 건지, 상대의 말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던 건지, 하필 나와 이름이 비슷했던 그녀는 내 주변 사람들을 이렇게 가지고 놀았다. "**이랑 통화 좀 할 수 있을까요?" "응, 나야." 영어든 독일어든 나와 통화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답하곤 해서, 한국에서 전화를 건 내 가족, 또는 어학원 친구들을 당황하게 만들곤 하던, 어쨌거나 이상해도 한참 이상한 그녀였다. 그때는 핸드폰.. 2016. 10. 7.
아날로그 시대, 겁없던 짠순이의 독일행-1 나의 독일행은 총 세 번이었다. 그 중 첫 독일행은 아무에게도 말 하지 않고 진행되었다. 대학 4년 동안 독문학을 전공하면서도, 방학마다 있는 독일대학 연계 어학연수 프로그램 같은 건 꿈도 꿀 수 없었는데, 막상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꿈이라도 꿔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에 큰 획을 하나 긋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서였다. 몇 달 후 가족들에게, 독일에 가겠노라 폭탄 선언을 했다. 혼자 독일 어학원을 알아보고,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탈탈 털어 어학 코스에 수강등록까지 마치고 난 뒤였다. 그렇게 안 하면 또 다시 갈등을 하고, 결국 돈 걱정에 분명히 못 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딱 6개월만 나를 밀어달라 말했다. 그 다음부터는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라도 하며 버티겠노라고. 당.. 2016. 9. 3.
독일대학을 주도하는 새 바람, 배철로(Bachelor)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일 대학의 특성 중 하나는 바로 '나이 든 학생들이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캠퍼스 안의 나이든 이가 선생인지 학생인지는 아무도 판가름을 할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거의 서른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유학이라는 새롭고 과감한 결정을 하고 낯선 눈으로 조마조마 독일에 들어온 학생들 중에는, 생각보다 자신의 또래가 많음에 새삼 놀라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도 있었던 곳이 독일의 대학이었습니다. 그야말로 학문을 하는 데 있어 나이가 제약이 되지 않았던 것이지요. 이렇게 과거에 나이 든 학생들이 많았던 이유 중에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가장 두드러지는 두 가지 이유만 거론해 보겠습니다. 1. 먼저, 가장 큰 이유는 학제에 있었습니다. 이전에 독일 .. 2009.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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