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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10

신문지와 지폐, 그리고 바람 길을 걷다가 바람에 날리는 신문지와 지폐를 보았다. 노점에서 장사하시는 분이 놓아둔 물건 포장에 쓸 신문지와 잔돈 묶음이다. 신문지와 지폐를 움직이는 것, 예사롭지만 예사롭지 않은 바람 초여름 더위에 더운 만큼 또 더운 바람이 분다. 신문지와 지폐, 그리고 바람 길에서 바람에 흩날리는 신문지와 지폐를 보면서 둘 간에 어떤 연관성을 느끼게 되었다. 둘 다 종이로 만들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둘 다 종이로 만들어졌지만 종이 이상의 형이상학적 의의를 가지고 있다. 신문의 의의는 정보, 돈의 의의는 경제력 또는 가능성 등이다. 그리고 둘 다 보이지 않는 발이 달렸다. 또 누가 쓰느냐에 따라 질적으로 다른 모습이 된다. 신문은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게 되.. 2021. 6. 21.
8년간 구독한 신문을 끊은 이유 지난 8년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줄기차게 오던 신문인데, 최근에 구독을 해지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도 신문을 보는 사람이 있느냐는 주변의 질책 아닌 질책에도 불구하고, 한때는 하루 두 시간씩 신문을 공들여 본 적도 있다. 신문을 펼치면 미처 알지 못했던 온갖 이야기들이 활자로 줄을 지어 내게로 달려든다. 스마트폰에서 나를 맞이하는 온갖 기사와 별다를 리 없을 것 같아도, 신문에서 내게 달려드는 것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자 하는 이슈거리들만이 아니다. 귀를 막아도 들려오는 복잡하고 다난한 정치판은 제쳐두고라도, 경제 관련 훌륭한 분석들, 새로 등장한 문화 관련 이슈들, 신생 학설이나 용어들, 미려하고 정돈된 문장, 확고한 논평... 생각나는 대로만 떠올려보아도 내가 왜 그동안 신문을 놓지 못했는지 이해.. 2019. 5. 28.
새벽을 여는 사람들 아침마다 문 앞에 놓인 신문을 가져오면서 가끔은 생각했다. '요새 같은 세상에도 이렇게 이른 시각에 배달을 하는 사람이 있긴 있구나.'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일이 힘든 나로서는 새벽부터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났다. 어렸을 적에 새벽이면 동네마다 내달리며 "신문이요!"를 외치던 고학생들의 모습마저 떠올라 마음 한 편에는 더 진한 경외감이 밀려오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고 있을 시각에 일찍 깨어 홀로 신문을 돌리는 사람이 누군지, 쓸데없는 궁금증까지 일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2시쯤 우연히 현관문에 '툭'하고 던져지는 둔탁한 소리를 들었다. 문을 열어보니 역시나 신문이었다. 그래서 알았다. 신문을 배달한 사람은 '일찍 일어난 사람' 이 아니라 '늦게 자는 사람' 이라는 것을... 2018. 6. 4.
나무를 해친 댓가 5000유로 최근 인근의 한 놀이터 숲에 괴이한 일이 일어났다. 나무 몇 그루가 동시에 누군가에 의해 기습을 당한 것이다. 건강하던 단풍나무와 소나무, 그리고 떡갈나무 중 13그루가 대략 일센티미터 깊이로 빙 둘러가며 상처가 나 있다. 상처는 도끼 또는 톱에 의해 생긴 것으로 추측되는 가운데, 그 깊이가 나무 껍질 안쪽까지 파고 들어가 걱정스러울 정도인 데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 나무들이 주로 놀이터의 안쪽이 아닌 바깥쪽에 자리하고 있기에, 미관상 그대로 방치해 둘 수가 없다는 것이다. 즉, 이 나무들을 베어 내고, 그 자리에다 새로운 나무들을 심어야만 할 실정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특이한 공고가 났는데, 내용은 이러하다. "나무 13 그루를 파괴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에게 벌금 5천 유로(한화 약 900.. 2009. 4. 9.
다섯살 아이에게 달려든 로트바일러 지난 토요일에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로트바일러(Rottweiler: 크고 검은 개 품종)가 다섯살 난 여자아이에게 달려든 사건이 있었다. 아이는 당시 아버지와 함께 서 있었고, 곁을 지나던 이가 데리고 있던 로트바일러에 의해 얼굴을 공격 받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도사견에 의해 어린 아이가 사망하는 사고는 종종 있지만, 이런 대형견을 데리고 밖으로 나오는 경우가 아니라, 대개의 경우 개를 기르던 집의 아이이거나 그 집을 찾아온 이웃 아이인 경우이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다. 그 중에는 정말 무시무시할 정도의 몸집을 가진 개도 있다. 언젠가 마주오는 개를 보며 움츠러드는 애들을 보고는, 호랑이같은 그 개의 주인인 나이 지긋한 어른이 많이 민망했던지, 웃으며 다가와.. 2009.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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