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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4

안개를 좋아하십니까? 당신은 한국인! 제목이 너무 단정적이지요? 그러나 한국인에게 안개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좀더 긍정적으로 비춰지는 것 같습니다. '안개'라는 단어를 들으면, '신비로움' 내지 '가려진 아름다움' 같은 게 느껴지지 않으습니까? 이번 말고 예전에 독일에 있을 때, 독일에 있으면서도 독일인 친구보다는 외국인 친구들을 더 많이 사귀었습니다. 독일 사람들이 친구하기에 그리 쉬운 성격들이 아니라, 외국인들과 섞여 있으면 그 중 친하게 되는 이들은 주로 같은 동양쪽 친구들, 아니면 이탈리아나 스페인쪽 친구들이 되곤 했습니다. 이탈리아나 스페인 친구들은 이상하게 서양인이면서도 우리와 교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다만 안개가 잔뜩 낀 날이면 그들의 표정까지 어두워지곤 했던 게 다르다면 조금 달랐지요. 안개 낀 날 그들의.. 2009. 9. 23.
내게도 할머니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어릴적 언젠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세월이 빨리 빨리 흘러, 내가 빨리 할머니가 되어버리면 좋겠단 생각이요. 그때는 노년의 슬픔이 뭔지 잘 몰랐고, 주름이 뭔지 몰랐으며, 뻣뻣해진 다리에 가해지는 고통이 뭔지 잘 몰랐습니다. 지금도 다 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요. 마치 인생이 인고의 바다인양, 빨리 빨리 세월이 흘러가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인데, 놀라운 것은, 저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을 살아오며 여러번 만났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노년을 맞이하고 나면 대체 뭐가 더 나을 것 같았는지 구체적으로는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대체 왜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인지, 혹시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시는 분 있으십니까? 며칠 전, 시내에 볼일을 보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버스를 기다리다 겪은 작은 일입니다. 버스는.. 2009. 9. 10.
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반드시 적인 것만은 아니다. 언젠가 어느 중국인 이야기를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초면에 제게 무례한 질문을 던져서 기분을 상하게 하고, 여과되지 않은 반감을 그대로 드러냈었던 한 사람의 이야기였지요. (관련글: 어느 중국인이 내게 던진 황당질문) 그집 아이와 제 큰애가 이제는 반도 다르고, 끝나는 시각도 다른데다, 더 이상 학교에 아이들을 데리러 가지 않아도 애들이 저희들끼리 버스를 타고 다니다 보니 그를 마주칠 일은 거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사람 일이 어디 그런가요, 큰애 캠프를 보내며 다시 그 가족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날 캠프에 참가하는 아이들은 이 도시 아이들뿐이 아니라서, 버스는 뮌헨을 출발해 이 도시 저 도시를 두루 거쳐 오다 예정시각보다 한 시간 이상이 지연되었습니다. 그 동안 아이들은 맘에 맞는 친구들끼리 어울려.. 2009. 9. 3.
나를 웃게 만든 쌍둥이 둘째 유노네 반은, 학교에서도 외국인들만 따로 모아놓은 반으로, 반 아이들을 모두 합쳐도 총 12명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적은 수의 반 아이들 중, 재미있게도 쌍둥이가 두 쌍이나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안야'와 '마샤', 그리고 쿠바에서 온 '노엘'과 '노에'... 주변에 쌍둥이가 한 명도 없었기에, 유노는 그 친구들이 더 특별한 모양이다. 학교에 다녀오자 마자 이야기를 종알종알 늘어놓곤 하는 유노에게, 친구들 이야기는 하루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고정 레파토리이다. 유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쌍둥이 엄마들도 나름대로 쌍둥이를 기르는 법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안야와 마샤는 '백설공주'나 그랬을 법한 맑고 하얀 피부를 가진 예쁜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의 엄마는 아이들의 옷을 절대로 같이.. 2009.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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