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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2

10년쯤 전 독일에 있을 때, 동네에서 인사 정도 하며 지내던 필리핀 여자가 있었다. 어느 날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선 채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녀가 먼저 자신의 집에서 차 한 잔 하자며 나를 초대했다. 그녀의 집에 들어서니 현관에 가족사진이 걸려 있었다. 거대한 몸집의 열네 살짜리 아들과 이목구비가 또렷한 그녀의 딸내미만 봐서는 그녀가 그들의 엄마라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녀만 똑 떨어져 있으면 그 가족은 여느 독일 가족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녀는 독일 남자와 국제 결혼한 여자였던 것이다. 독일인과 결혼한 그녀는 몇 년이 지나 필리핀에 두고 온 동생을 독일로 불렀고, 동생도 오래지 않아 독일 남자와 결혼을 했다. 그녀의 동생은 언니와 같은 도시에 살면서 자주 오갔는데, 그러다 보니 나.. 2018. 8. 26.
디아스포라의 그늘, 현실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오후에 산책을 나갔다가 날씨가 하도 좋아서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니 어느 한적한 곳에 다다랐다. 아직 공사 중인 곳이라 평소에도 인적이 드문 곳인데, 너무 멀리까지 온 건가 싶어 돌아오려다 이상한 장면을 보았다. 어떤 여자가 초등 저학년쯤으로 보이는 어린 남자아이를 마주한 채 차가운 표정으로 무슨 말인가를 하고 있었다.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였다. 무슨 잘못을 했기에 아직 어린애가 그런 공공장소에서 야단을 맞고 있는지 참 안타까웠다. 그런데, 엄마로 보이는 그 여자의 손에 들려있는 게 참 기가 찬다. 각목이었다. 주변 공사현장에서 주워온 것 같았다. 도저히 그냥 돌아올 수 없어, 지나가는 것처럼 그 산책길을 따라 그들이 서 있는 곳까지 계속 나아갔다. 여차하면 신고할 생각이었다. 그 순간 그 여자의.. 2016.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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