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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2

뷔르츠부르크를 추억하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추억을 만들고, 동시에 무수히 많은 기억을 잊어버린다. 또는 잃어버린다. 그게 사람임에도, 어떤 이들은 다른 이들보다 과거를 덜 잊어 때로 스스로를 힘들게 하기도 한다. 그게 나다. 어릴 적에도 나는 지나간 일기장을 들추고, 지나간 기억들을 떠올리는 것이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지나간 일들을 되뇌는 것은 젊은이가 할 짓이 못 된다." 나는 소위 애늙은이.. 였던 것이다. 그렇게 세월이 흐른 지금, 그 세월과 더불어 내 기억들도 분명 퇴색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또 어디선가 예전처럼 비슷한 길과 느낌과 냄새를 되뇐다. 독일에 들어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10년 전 살던 곳을 돌아본 적이 있다. 10년 전 살던 곳에 접어들어 느낀 가장 큰 감.. 2018. 8. 17.
할머니라는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집어든 케잌 며칠 전 마트에 갔다가 케잌을 하나 사오게 되었습니다. 빵이나 케잌을 사려던 게 아니었는데, 누군가가 집어 가져가는 걸 보고는, 나도 모르게 따라서 그것을 카트에 넣고 말았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누군가가 고른 그 케잌을 우연히 보게 되었던 것이, 봉지에 적힌 '할머니(Oma)'라는 말에 순간 정신이 팔려 나도 모르게 카트에 넣어버린 것이었습니다.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아니었는데, '할머니의 낲쿠헨(Oma's Napfkuchen: 사발 모양의 틀에 반죽을 담아 오븐에 구워낸 카스테라 종류)'이란 한 마디에 그렇게 하고 말았던 것이죠. 서양에서도 할머니는 한없이 좋은 존재인 것만 같습니다. 어쩌면 나로 하여금 이 케잌을 사게 만들었던 마트에서의 그 사람도, 나와 똑같이 '할머니'란 단어에 맘이 약해졌.. 2009.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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