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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6

나라위해 싸우고도 범죄자로 전락한 이들, 그 가족의 노래 사람들이 뭐라 나쁘게 말하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역시나 '사랑하는 사람'이다. 독일 노래, 'Opa ich vermisse dich'는 전쟁에 나가 전사한 할아버지를 그리는 할머니와 손자의 마음을 잘 담아낸 노래이다. 전범이라는 낙인이 찍힌 사람일지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듬직한 아들, 자상한 남편, 멋진 할아버지일 수 있다. 전쟁범죄를 미화한다 평하는 이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설령 전범이라 할 지라도 결국 그들도 '시대의 희생양'이다. 전쟁이 아니었더라면 그냥 평범한 삶을 살았을 이들이기 때문이다. 한나 아렌트의 말을 빌어, 악은 우리 곁에 늘 평범한 모습으로 있을 뿐, 특별한 살인마의 모습이 아니다. 가족의 입장에서 라면, 사회적으로 어떤 사람이었든 가슴속에 사무치는 아픔과 그리움.. 2016. 10. 27.
프라이부르크에서 만난 그녀들-3 프라이부르크에 있을 때 찍은 사진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오늘의 이 사진도 역시나 그때 사서 아직까지 가지고 있던 엽서를 스마트폰으로 찍은 것이다. 앞쪽으로 시계가 달려 있는 탑은 '슈바벤토어(Schwabentor)'이다. 이 부근이 프라이부르크 중심가다. 이곳을 부지기수로 지나다니던 날들이 어제 같은데, 참 세월이란 녀석.. 프라이부르크는 꽤 오랜 세월 오스트리아의 땅이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독일의 다른 도시들과 확실히 다른 느낌이 있다. 도시 이곳저곳에 어디서나 마실 수 있는 샘물이 솟았고, 여기저기 길 가장자리로 작은 도랑이 흘렀던 기억도 난다. 이렇듯 멋진 도시에, 딱 시골에서 상경한 것 같았을 20대의 내가 있었다. 가져온 물건이라곤 옷 몇 벌과 책들, 그 외 딱 있어야 할 .. 2016. 10. 16.
프라이부르크에서 만난 그녀들-2 프라이부르크에서 만난 그녀들-2. 오늘의 주인공은 당시 내가 살던 곳의 '아담'이라는 이름을 가진 집주인이다. 그녀는 이혼한 여자로, 따로 수입이 없는 주부다 보니 주변 어학원에 등록한 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숙을 치고 있었다. 프랑스 공항에서 처음 그녀와 통화했을 때의 그 막막감은 사는 동안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눈치가 없었던 건지, 상대의 말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던 건지, 하필 나와 이름이 비슷했던 그녀는 내 주변 사람들을 이렇게 가지고 놀았다. "**이랑 통화 좀 할 수 있을까요?" "응, 나야." 영어든 독일어든 나와 통화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답하곤 해서, 한국에서 전화를 건 내 가족, 또는 어학원 친구들을 당황하게 만들곤 하던, 어쨌거나 이상해도 한참 이상한 그녀였다. 그때는 핸드폰.. 2016. 10. 7.
프라이부르크에서 만난 그녀들-1 프라이부르크는 내가 가장 처음 접한 독일 도시다. 10월 첫 날 한국을 떠나왔지만, 파리를 경유하다 보니 정작 독일에는 2일 오후에야 당도하게 되었다. 도시는 온통 촉촉히 젖어 있었다. 그래서였는지, 내가 처음으로 본 프라이부르크의 이미지는 '비 온 뒤의 또렷함', 낯선 곳에서의 생경한 아름다움이었다. 예약해 둔 하숙집에 도착했다. 1층에서 벨을 누르니, 다짜고짜 "Just a moment!" 하고 영어로 답하곤 인터폰을 거칠게 내려놓는 소리가 들린다. 누구인지 묻지도 않고 거칠게 인터폰을 내려놓는 소리에 괜히 심기가 거슬렸다. 비행기라고는 생전 처음 타고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어렵사리 목적지에 도착한 나는, 주인이 과연 나를 환대해 줄 것인가, 혹시라도 또 이런저런 이유가 생겨 짐을 이끌고 다시 .. 2016. 9. 27.
Nur einen Kuss- Die Ärzte 여름이 길어지다 보니 예전과 달리, 가을인가 하면 금세 또 겨울이다. 차가운 비까지 내리고 있으니 겨울도 차츰 다가오겠지 하는 맘에 머릿속에 노래 하나가 떠오른다. "겨울이 문 앞에 와 있어. 네가 내게 키스해 주지 않는다면 너는 아마 혼자인 채로 지내게 될걸. 누가 겨울을 쓸쓸히 지내고 싶겠니?" 이 노래는 독일 그룹 '디 애르츠테(Die Ärzte: 의사들)의 곡이다. 펑크록을 추구하는 그룹이지만 몇몇 곡은 이 곡처럼 단순한 스토리를 지닌 나름 가벼운 곡이라 편하게 들을 만 하다. 단지 키스 한 번, 그 이상은 원하지 않아 여름은 짧았고, 겨울이 문 앞에 다가와 있어 네가 내게 키스해 주지 않는다면 너는 아마 혼자인 채로 지내게 될걸. 누가 겨울을 쓸쓸히 보내고 싶겠니? 나는 키스를 받았고, 내 마음.. 2016.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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