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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자루를 사랑한 '잠자' 요즘 들어 잠결에 이상한 소리를 듣곤 한다. 구룩구룩거리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다박다박 거리는 소리... 그 소리의 정체를 모르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늘 의아한 마음에 불편한 심기로 잠이 깨곤 했었다. '드디어 또 잠자가 나타났군.' 오늘은 이렇게 생각하며, 다시 남은 잠을 더 청하려다 문득 카메라를 찾았다. 어느새 눈치를 챈 녀석이 발코니 위쪽으로 훌쩍 날아오른다. 이 녀석이 바로, 앞서 말한 '잠자'이다. 비둘기에게 카프카의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름을 붙여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소설 에 등장하는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아침 벌레로 변신한 자신을 발견한다. 그런 그의 모습에 모두가 두려워 하고 부정하는 가운데, 그는 자신의 방에 걸려 있던 그림 속 모피를 두른 여인에게서 동질.. 2009. 4. 13.
우중충한 날씨가 연일 계속되다 잠깐 쾌청해지기에 집 앞으로 산책을 나갔다. 웬걸, 나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날씨는 다시 또 흐려지기 시작한다.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끝이 아직은 매섭다. 그늘진 곳에 흐르는 냇물에는 아직 얼음도 보인다. 한쪽 구석의 나무 그루터기의 모습도 쓸쓸하기만 하다. (비 때문인지, 얼음이 녹은 때문인지 냇물이 흙탕물이다.) 하지만 이러저리 뜀박질 해대는 아이들의 모습은 딱 봄이다. 이리저리 덩달아 작은 뜀박질을 하다 푸드득 날갯짓으로 행인을 놀래키곤 하는 지빠귀의 모습을 봐도 봄이다. 자세히 보면, 누렇게 숨죽여 누워있던 풀 속에 연둣빛 새싹들이 얼굴을 내미는 것도 보인다. 봄이다. 누군가는 목 빼고 기다리고 있을 법한, 그런 봄이다. (사진으로는 어쩐지 쓸쓸해 보이지만, 실은.. 2009.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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